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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동반자 ‘안내견’[이종원의 프리즘 속 세상]
이종원 | 승인 2018.01.31 14:04

[논객닷컴=이종원] 음력을 기준으로 다가오는 ‘설’은 무술년(戊戌年), 즉 개의 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개는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충직하고 용맹하여 헌신과 충복의 상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인을 구한 충견의 이야기가 넘쳐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시각장애인 안내견(Guide dog for the Blind)은 단순히 길잡이 역할을 넘어, 함께 생활하며 삶을 같이 하는 ‘동반자’이다.

이진용, 신규돌, 홍아름 훈련사(왼쪽부터)가 안내견 훈련을 받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안내견들에게 장애물을 피하고 위험도 미리 알려주는 훈련에 중점을 둔다. ©이종원

매서운 한파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 26일 경기도 수내역 앞 횡단보도.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도 ‘예비 안내견’들의 훈련이 한창이다. 횡단보도와 육교를 건넌 다음, 지하철역으로 이동하여 전동차를 타고 내리는 훈련이다. 건널목의 파란불이 켜지자 훈련견들이 걸음을 뗀다. 육교 앞에서 잠깐 멈춘 후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훈련사 신규돌씨는 “주인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려면 장애물을 피하고 위험도 미리 알려주는 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교를 내려오는 훈련을 하는 예비안내견들. ©이종원

이들은 사람들의 생활 깊숙한 부분까지 익숙해져야 하므로 도로, 상가 등 다양한 공간에서 훈련을 받는다. 훈련사들은 예비 안내견과 하루 40분 가량의 훈련을 마치고 난 뒤에는 관계 형성을 위해 각종 놀이도 함께한다. 정서적 교류를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히려 훈련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내견은 단순히 길잡이 역할을 넘어, 함께 생활하며 삶을 같이 하는 ‘동반자’이다. ©이종원

한 마리의 강아지가 안내견으로 성장하기까지는 태어나기 전부터 가리는 게 많다. 안내견에 적합한 견종인지, 종견(Stud Dog)과 모견(Brood Bitch)의 상태는 양호한지 등 꼼꼼하게 따진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의 90%는 리트리버(Retriever)종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중요 교통수단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과정을 훈련하는 모습. ©이종원

태어난 지 5주가 된 강아지는 증명사진을 찍어 장애인보조견 등록을 하고, 생후 7주 때면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간다. 퍼피워킹은 ‘강아지 걸음마’라는 의미로 생후 약 두 달이 된 예비 안내견이 사회화를 목적으로 ‘퍼피워커’라 불리는 자원봉사 가정에 1년간 위탁 사육되는 과정을 말한다. ‘앉아’ ‘엎드려’ 같은 복종훈련부터 식사와 배변 등의 기본 훈련을 받는 것이다. 퍼피워킹을 거쳐야만 안내견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이종원

훈련을 받았다고 모두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6~8개월의 교육 기간 중 세 차례의 시험을 보는데 이를 통과해야 정식 안내견이 된다. 훈련견 중 겨우 30%만 시험을 통과할 만큼 합격률은 높지 않다.

©이종원

모든 테스트를 통과해 안내견으로 합격하면 매칭(Matching)과정 거쳐서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과 무상으로 연결을 해준다. 이 과정 또한 쉽지 않은데,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의 성격, 직업, 걸음걸이(보폭, 속도), 건강상태 및 생활환경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안내견을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내견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잘 맞는 주인을 만나야 하므로 이 매칭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종원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1년간 동고동락한 훈련사들이 예비 안내견들을 보낼 때는 아쉬움에 눈물까지 보이기도 한다. 이제까지 자신의 손을 거친 훈련견들의 이름과 생김새를 모두 기억한다는 홍아름 훈련사는 “매칭을 마치고 분양을 할 때면 매번 입양을 보내는 위탁모의 심정”이라며 훈련견들이 모두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희망을 비쳤다.

퍼피워킹을 시작한 생후 7주차 예비안내견들의 귀여운 모습. ©이종원

안내견들은 시각장애인을 안전한 길로 안내하는 기본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일반인들처럼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한다.

경기도 시흥의 퍼피워커 유경선 자원봉사자가 예비 안내견에게 식사예절을 교육하고 있다. ©이종원

이진용 훈련사는 “안내견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지하철이나 식당가 등의 공공장소에 큰 개가 출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며 “안내견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현실”을 아쉬워했다.

용인에 위치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들이 예비 안내견들과 보행훈련을 하고 있다. ©이종원

군용견, 경찰견 등 여러 사역견(使役犬)의 훈련 중에서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훈련은 많은 시간과 비용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숱한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안내견학교의 추모비. 장애인을 위해 생을 다한 안내견들을 기리기 위해 추모비에 명패를 부착해 노고를 기리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화재에서 후원하고 에버랜드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체계적으로 안내견을 양성하고 있다.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한 이래 매년 10두 규모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그동안 안내견을 분양받은 시각장애인들은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대학생부터 교사, 공무원, 피아니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2014년, 시각장애인 교사 김경민씨가 당시 10살로 은퇴를 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미담이’와 서울 인왕중학교에서 마지막 영어수업을 하는 모습. ©이종원

안내견은 그 나라의 장애인 복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체이다. 안내견이 환영받는 사회일수록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선진 복지국가로 평가된다.

안내견과 함께 한국점자도서관을 찾은 시각장애인 유석종씨가 서고에서 점자도서를 고르고 있다. ©이종원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서 세상의 빛이 되어주기까지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이종원

 서울신문 전 사진부장

 현 서울신문 사진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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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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