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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호족사회[황인선의 컬처&마케팅]
황인선 | 승인 2018.02.01 13:35

[논객닷컴=황인선] 행정안전부 홍보회사 선정 심사를 하고 며칠 뒤엔 지역별 청년 문화기획자의 발표 모임에 갔다. 행안부 심사에서 새 홍보회사에 주어진 과제는 자치분권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하소연한 것도 그 주제와 연결된 것이었다.

지역사회는 여전히 진골, 성골, 육두품으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픽사베이

신 호족사회

나는 앞의 두 자리 사석에서 신 호족사회 대두를 말했다. 호족(豪族)은 중앙의 귀족과 대비되는 용어로서 한국은 신라 말 고려 초에 등장한 세력이다. 1000년 전에 등장했던 호족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시대착오적 발언일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 청년 문화기획자가 발표하기 전 기조발언을 한 베테랑 문화기획자가 “지역에는 성골, 진골이 있는데 성골은 지역에서 태어나 초, 중, 고를 나온 사람이고 진골은 지역에서 태어났으나 타지에서 학교를 나온 후 다시 고향으로 온 경우입니다. 저처럼 그 지역 출신이 아닌 육두품은 10년이 넘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죠.”라는 표현을 썼는데 모인 분들이 쓴 웃음으로 박수를 쳤으니 내 말만은 아니다.

그는 호족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 지방에는 고대적 의미의 호족들이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 2만 7천인 군의 군수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분은 2030년 무렵엔 인구감소로 군이 없어질 것이라 전망하여 적극적으로 외부 기획자들을 유치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지역민들이 그건 역차별이라고 저항이 심해 고전중이라고 했었다.

그 분의 말이 그 군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앞의 모임에서 각기 다른 지역 세 청년문화기획자들도 처음엔 즐겁게 자신의 성공사례를 말했지만 발표가 끝나고 공개질의 응답 시간에는 지역에서 가장 힘든 문제가 첫째는 질긴 지연 및 학연 문화, 둘째가 지방 공무원들의 횡포를 짚었다. 지방에는 인구도 적은데다가 기업도 별로 없어 상당부분 공적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공무원들에게 밉보이면 폭망이라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지역의 먼 미래를 보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민선 자치장과 순환보직제도를 이용해 영리하게 버티면 정년퇴직에 연금이 보장된다. 공무원들이 학연, 지연을 먼저 보면 그 지역에서는 편하게 갈 수 있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 괸당 문화는 육지에서도 유명하다. 이게 지방의 블랙리스트다.

선수들과 이기주의자

문제의 지표가 하나 있다.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가 2015, 2016년엔 6조원, 작년에는 16조원라는 숫자다. 한국인 55%인 2600만명이 해외로 나가서 돈을 썼는데, 이는 국내 여행을 주로 하며 해외여행은 15%인 일본과는 크게 대비된다.

당장 문체부 예산만 해도 70-80%가 다 하드웨어 예산이다. 그 증거로 지방에 넘쳐나는 수천 개 축제와 수백억대 문화회관, 박물관, 기념공원과 동상, 길, 관광열차, 체육관들은 그럴싸한 하드웨어를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왜 국내 관광객을 끌어들일 콘텐츠와 마케팅 경쟁력이 없는가. 세금을 더 걷을 궁리만 하고 청장년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들인가. 관광수지 적자가 3년간 누적 28조원인데 이중에 1조만 써도 매년 청년 3.3만 명을 연봉 3000만원에 지방으로 하방 고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문제들이 두 가지 숨어 있다. 선수들과 이기주의다. 영암 F1 경기장은 현재 땅은 침하되고 자잘한 행사만 할 뿐 수백억의 부채를 안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추진한 세력들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좋다. 지역민들은 그거라도 했으니 관광도 좀 되고 인프라도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감싼다. 그 사업비가 법인세와 그 지역 바깥 국민들 세금에서 대부분 충당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몰라”다. 지역 이기주의에 공동체에 대한 무지다. 아마도 그 지역 선수들 즉 정치인, 토목사업자, 지주,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사업 심사위원들은 덕 좀 봤을 것이다. 지역민들은 그들을 비난하기보다 솜씨가 좋다고 부러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조선 말 안동 김씨 세도정치 무렵 삼정 문란으로 삶의 기반이 흔들려 민란이 발생했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유발한 것이 아전과 토호였다. 아전이면 오늘날 지역 공무원이고 토호면 내가 말한 호족들이다. 그들은 지역사정을 손바닥 보듯이 알므로 기가 막히게 빼먹을 줄 아는 선수였다. 아전과 토호의 폐해는 광해군이나 연산군처럼 역사적으로 크게 기록되지 않지만 실제 지역에 미치는 폐해는 더 크게 체감된다. 오늘날 그 결과를 보라. 얼마 전 용평리조트 근처 칼국수 집에 갔더니 식당 주인이 용평리조트 중역에게 묻는다. “올림픽 유치하면 떼돈 벌 것처럼 하더니 손님이 더 줄었어.” 그랬더니 중역이 “도로를 새로 뚫었는데도 스키 타러 안 오네요.” 이런 그들 옆에 선수들은 조용히 웃고 있을 것이다. 그 선수들 최근 5년간의 소득을 조사해서 초과이익 환수를 해야 맞지 않나 싶다.

©픽사베이

강아지 무리에 숨은 늑대들

올해 선거의 핫 이슈가 될 자치분권의 좋은 뜻 그리고 서울을 떠나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의 꿈이 끝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 둘이 잘 되면 한국은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균형 발전, 선진적 삶의 질, 청년 일자리와 지역 공동화 등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 거미줄처럼 얽힌 신 호족사회를 부정할 장치와 선각자가 필요하다. 그 부정은 지역을 진정 사랑하는 분들 스스로의 호족타파 혁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표에 연연해하는 정치인은 절대 못한다. 정작 지역을 망치는 선수들은 그 안에 있음을 냉철히 봐야 한다. 강아지 떼에 숨어 있는 늑대들을 - 자칭 지역 수호자를 자처할 지도 모르겠는- 가려내지 않으면 그 공동체는 결국 스스로에게 물린다. 지역이 먼저 셀프 공정, 셀프 정의로워야 한다.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7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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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ishw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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