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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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즐겨보던 장르소설이 연재중단을 했다. 무료연재 치고는 독자수가 많아서 유료연재로 변경했는데, 생각보다 독자들이 많지 않았나보다. 주말도 빼놓지 않고 3000자 이상의 연재가 나오길래 나는 그의 글이 잘 될 줄 알았다. 작년 12월 중순 즈음부터, 모든 유료 결제 금액을 환불한다는 공지와 함께 글이 나오지 않고 있다. 꾸준히는 몰라도 간간히 연재하겠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있었지만, 이미 막이 내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는 작품을 작년 5월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7개월 동안 만들어가던 세계가 무너질 때의 느낌이란 어떤 것일까 싶었다. 나는 지금 짧은 글을 쓸 때마저도 한번 무너지고 나면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한데, 애써 만들어낸 수십여 명의 등장인물들이 어느 한 순간부터 움직이지 않게 되는 상황이란 얼마나 불편한 것일지. 후배 하나가 장르업계 선배에게 들은 말을 전해줬는데 25만자를 넘게 쓰고서도 컨텍이 없으면 새로 쓰라고 했단다. 소설은 힘들다. 모든 노력들은 인정받기 전까지, 인정받지 못하니까.

‘노력’이라는 단어에만 아이처럼 징징거리며 알아달라고 떼를 쓸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묻혀버린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생각하면 나는 다른 세계를 꿈 꿀 때가 있다. 버려야만 했던 것들이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일종의 안정감이 찾아오고는 했으니까. 내 글에서도 미처 다 표현되지 못하고 멈춰버린 캐릭터들이 있다.

날 기다리고 있는 그들에게 속으로 말을 건넨다.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나서 당신들을 데리러 오겠습니다. 사람과 달리 글의 등장인물들이 나를 떠나서 영원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많은 독자들에게 퍼지는 일이니까. 그 전까지만, 잠시나마 버려두겠습니다. 미련만 가득한 채로 품에 안고 있어봤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아마 내가 읽었었던 작품의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목각인형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서 잠시 험난한 곳으로 여정을 떠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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