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베부세대들 은퇴하면 사실 막막합니다. 인생 2라운드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벌어놓은 것도 많지 않은데 텃밭만 갖고 놀 수도 없고... 자연 고민이 생깁니다. 노후준비 잘 해둔 이들이야 걱정할 게 없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하면 알바자리라도 알아봐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나의 시장가치가 많이 떨어졌고 ‘왕년의 내’가 아닙니다. 기력도 하루가 다르게 달리고 정신도 ‘깜빡~깜빡~’ 예전같지 않죠.

설령 돈 좀 모아놨다해도 다달이 월급 들어올 때하고 ‘가진 거’ 헐어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때문에 가능한 일거리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용돈이라도 벌 수 있는 아이템 개발입니다.

“이 나이에 그게 쉽냐?”
맞는 말입니다.

동이도 시골생활 염두에 두고 이것저것 배워보고 시도도 해봤습니다만, 사실 딱히 이거다! 할만한 것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할만한 게 없나? 하다가 만난 게 손해평가사란 겁니다.

©픽사베이

한 친구가 어느 날 저녁 자리에서 한마디 해줍니다.
“동이야! 손해평가사라는 자격증이 새로 생겼다. 너도 그 시험 한번 봐라!”

이 친구 회사다니면서 야간대학원 석사학위 따고 농협대학 전문가과정 마치고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그런데 새로 생긴 손해평가사 시험에도 합격했다는 거였습니다.

‘그놈의 향학열이란?’ 하는데 친구 말이 이어집니다.

“손해평가사라는 제도가 얼마 전에 도입됐다. 이게 뭐냐면 농작물재해로 인한 손해를 평가해주는 전문직이야. 농작물 분야의 손해사정사라고 보면 돼...”

“손해평가사? 그렇게 어려운 시험을 어떻게 공부하나? 이 나이에?”

“1차는 보험업법, 농작물재해보험법, 재배학 3과목이야. 4지 선다형으로 부담없다~ 과락없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야...요새 국가 자격시험에 4지 선다형 나오는 거 없다~ 이 시험도 초기라 4지 선다형이지 조만간 경쟁 치열해지면 공인중개사처럼 5지 선다형으로 갈 거다. 2차는 손해평가 이론과 실무 두과목이고... 역시 과락없이 평균 60점이면 합격이지...”

“그래? 난 인문대 출신인데 그거 경영대나 농대 나온 친구들이 하는 거 아냐?”

“자격제한은 없어...”

몇마디 듣고보니 솔깃해집니다. 그래서 좀 더 물어봤습니다.

“그래 손해평가사라는 게 구체적으로 뭐하는 건데?”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게 있다. 과수나 벼 등 농작물이 태풍이나 홍수같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볼 경우 보상해주는 보험이지... 1년 내내 어렵게 농사지었는데 태풍으로 사과나 배가 다 떨어졌다고 생각해봐라! 어디서 보상을 받을거냐고? 막막하지... 그래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입한 것이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거야. 그런데 농민들이 그 보험에 들려면 보험료 좀 들잖냐? 농민들이 돈이 어딨냐? 그러니까 정부하고 지자체에서 보험료 80%가량 보조해주면서 가입을 독려하는 정책보험이다. 보험!!!”

“그런 보험이 있었나? 그거 괜찮네...농민들 도와주고...”

뭐 그렇게 해서 일문일답이 더 진행됐습니다.

“손해평가사가 하는 일은?”

“태풍 호우 우박 한파 등으로 농작물에 피해가 났을 때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를 평가하는 거야~ 사과 배 포도같은 과수에서부터 벼, 콩 같은 농작물, 국화 장미같은 시설화훼까지 대상이 많지...계속 확대되고 있다”

“산으로 들로 쏘다니겠구만~”

“그렇지... 뭐 운동되고 좋지...”

“자격증 취득하면 돈벌이는 되는 거야?”

“자격증은 말 그대로 자격이야. 국가시험이라는 게 다 그렇잖냐~ 그 일을 할 자격을 주는 것이지 일을 주는 건 아니지 않냐? 변호사 회계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등등이 다 그런 거지...”

“그렇긴 하지...내 말은 자격취득하면 좀 풀려나갈 수 있냐는 거야...그걸 묻는 거야~”

“합격자들 중엔 취업하거나 계약직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있지...”

“그래? 돈 벌이 수준은?”

“그러니까 합격자 중에는 나 같이 일하면서 합격한 사람이 있고 손해사정사를 하면서 응시해 합격한 사람도 있지. 또 손해사정법인에서 일하면서 된 사람도 있고... 손해평가인으로 일하다가 된 사람도 있어. 경력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경력기준으로 책정하는 수당도 다 다르다고 해. 이것저것 합쳐서 초보의 경우 일당 20~30만원 가량은 된데...”

“하루벌이 20~30만원이라면 적은 건 아니지...”

“그럼~ 프리랜서로 일할 수도 있고 자리잡히면 베부들한텐 괜찮은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시험봤다. 지금도 꼭 피해가 생겼을 때만 일하는 게 아니고 과수원의 경우 열매가 맺힐 때 조사하는 적과후 착과수 조사라는 게 있어... 보험에 든 과수원은 모두 조사하게 되는데 이게 손해평가사들이 하는 일이지. 보험가입대상 농작물도 늘고 농작물 외에 가축까지도 확대되고 있으니까... 이상기후로 재해발생도 늘 거고... 당국의 보험료 지원 등 독려로 가입자도 늘고 있대~ 이러저런 점을 고려하면 손평사 업무수요는 늘어난다고 봐야지...”

“너 공부 많이 했구나~”

이러저런 내용 들어보니 해볼만 합니다. 하는 일이 농작물 손해평가이니 전원생활과도 어울릴 것 같고 해서 도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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