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우리 문화재 이해하기]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진 말자!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다시 생각하기 싫은 2008년 2월 10일, 뉴스속보로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떴다. 이때만 해도 숭례문은 불길 없이 연기만 나오는 상황이라 곧 진압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화재 진압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점차 타오르는 불길 앞에 소방청이나 문화재청은 우왕좌왕하며 연신 숭례문의 외곽에 물만 뿌려대고 있었다.

결국 불길 속에 힘겹게 버티던 숭례문의 누각이 붕괴되는 장면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쏟아졌다. 마치 숭례문의 운명을 예감한 듯 세로 형태의 숭례문 현판이 지상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장면은 숭례문 화재의 상징처럼 남게 됐다.

숭례문 화재 이후 5년 뒤인 2013년 5월, 우리 곁으로 돌아온 숭례문 ©김희태

하지만 전소된 숭례문의 모습보다 더 가슴아픈 건 화재의 원인이 방화였다는 점이다. 이내 범인이 잡혔는데 방화의 원인이 기가 막혔다. 토지 보상에 대한 불만을 엉뚱하게 숭례문에다 화풀이를 한 것으로 밝혀져 많은 이들을 격분하게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문화재가 전쟁 중에 불타 없어지는 상황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평시 자국민의 손에 의해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문화재가 불타 전소된 사례는 그 예를 찾기가 어렵다. 더욱이 숭례문은 국보 1호의 상징성이 있었던 까닭에, 화재를 지켜봤을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는 것처럼 슬픔을 느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러한 이유로 숭례문의 복원에 대한 여론과 관심이 집중될 수 있었고, 지난 2013년 5월 1일, 5년여의 복원 끝에 숭례문은 우리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길성리토성, 한성 시기의 백제 유적인 풍납동토성 및 몽촌토성과 같은 시기에 축조되었다.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와 달리 현실은 비지정 문화재로, 지금도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김희태

한편 숭례문 화재가 있기 전 ‘종묘’에 대한 방화를 계획했다가 경비가 삼엄해, 숭례문으로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우리 문화재의 관리 실태가 이슈로 부각되었다. 언론에서는 우리 문화재, 특히 목조 건축물에 대한 취재를 통해 관리와 소방방재에 문제가 있다며 연일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것이 당시 우리 사회가 문화재를 바라본 인식이자 한계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비판 여론에 등 떠밀린 문화재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부랴부랴 문화재 관리 실태 조사를 했다. 또한 화재에 대비한 장비를 설치하는 한편 소방당국은 문화재 화재 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숭례문 화재는 우리에게 아픔을 주었지만, 역설적으로 국민들에게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김포 통진이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교육현장. ‘김포 새여울 21’의 사례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김희태

올해는 숭례문 화재가 난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 사이 숭례문 복원은 마무리됐고, 외형상 그날의 화재 흔적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보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문화재들은 많은데다 비지정 문화재의 경우 보호의 사각지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관리해야 할 문화재는 많은데 주관부서인 문화재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인력만으로 이를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비판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정부의 경우 문화재청에 관련 예산과 인력의 지원을 비롯해, 숭례문 화재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매뉴얼 마련, 컨트롤 타워 및 책임 범위 등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소방청 역시 일반 화재와 달리 문화재 화재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평소에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숭례문 화재를 교훈 삼아 문화재에 대한 보호와 관심을 갖는 것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보호하는데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김희태

 화성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야기가 있는 역사여행 저자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