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오후 세 시 즈음에 가상화폐 거래소를 들어가봤다. 한순간 2800만원까지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680만원이 되어있었다. 며칠 전에는 비트코인에 자신의 전 재산을 집어넣었다가 자살한 사람의 뉴스가 떴었다. 나는 그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어리석은 선택에 대해 혀를 차야 하는지 고민해야 했다. 가상화폐에 돈을 넣던 동창 하나는 두 달 동안 딱 본전만 지킨 채 손을 뗐다. 블록체인에 대해 모르고 가상화폐의 종류에 따른 목적성이 어떻게 나눠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일단 집어넣었다가 더 데이기 전에 그만둔 모양이었다.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픽사베이

2009년도, [작전]이라는 주식 영화에서 유서연(김민정 배우)은 말한다. “언젠간 부러지죠. 항상 모든 걸 거니까.” 애매하게 걸쳐있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인공의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10번을 성공해도 한 번을 실패하면 전부 잃어버리는 올인 게임을 왜 하는 것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작년 말에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달렸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다시 풀어달라는 청원이었지만, 지금 가상화폐는 세계적으로 규제당하는 화폐가 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규제를 시작했고, 현재 모든 가상화폐는 파란색(하락)의 잔치가 벌어졌다. 하루 20%의 하락세를 보이는 화폐도 등장했다. 절망에 빠지는 사람들은 그곳에 돈을 집어넣은 사람들이었고, 그 외의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나 또한 후자였다. 투기였으니까. 거품이었으니까. 그 거품을 ‘꿈’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터져버리기 쉬웠으니까.

‘꿈’은 단순한 몽상과 확실한 목표로 분리된다. 두 개의 차이는 디테일에서 벌어진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들을 차근히 세워 실현시키는 게 목표라면, 몽상은 조금만 비틀어져도 사라진다. 하렘 가득한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업무 시간이 돌아와 일하는 사람처럼. 재벌 2세가 사랑한 가련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가 끝났을 때처럼. 비트코인은 몽상에 가까웠다. 감성도 아니었다. 환전의 개념이라 배당금은 쉽게 존재하지도 않고,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보니 너도나도 종잣돈까지 부어버렸으며, 자기도 인터넷에 돌아다녔던 누군가처럼 통장에 0이 많이 찍혀있는 알부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몽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경제법칙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을 대라고 한다면 누구나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말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는 거꾸로 말하면 ‘최대의 희생으로 최소의 존재’가 성립되어버린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자산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한국은행은 돈을 더 찍어낼 생각이 없다. 따라서 투기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불려 성공’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남의 돈을 가져와 성공’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돈은 저절로 불어나지 않으니까. 가상화폐는 그래서 ‘국민’이라는 거대한 수의 꿈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주식 투기가, 그렇게 비트코인 투기가, 그렇게 17세기의 튤립버블이 일어났다. 그리고 로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강현수(박용하 배우)는 단기간 고수익 고위험의 투자방식을 그만둔다. 그리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실제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며,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아서 한다. 가장 재미없고 모범적인 답안일지도 모르지만, 편법은 정도(正道)를 이기지 못한다. 돈은 쉽게 벌리지 않는다. 가상화폐에 뛰어들었던 300만의 사람들 중에 가상화폐의 본질적 가치를 본 사람들이나, 블록체인의 구성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있었을까. 허황된 꿈에 자신의 현실을 바치는 걸 이제 그만두기 바랄 따름이다.

 신명관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 /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예정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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