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핫이슈]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양은냄비에 라면이나 김치찌개를 즐겨 끓여드시는 분들!  조심해야 겠습니다.

얼마전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결과 47개(조사대상 56개) 알루미늄 조리기구에서 평균 23.90㎎/L, 최대 115.21㎎/L의 알루미늄이 용출(녹아서 흘러나옴)됐다는 소식입니다.

산도나 염도가 높은 음식일수록(김치찌개, 피클, 김치라면, 된장찌개 순) 용출량이 많았다죠. 연구원은 “알루미늄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식품사용 허용기준(200∼520㎎/㎏) 이하여서 용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지만 산도나 염분이 높은 식품에 알루미늄 조리기구를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했습니다.

찌그러지고 하얗게 된 양은냄비와 솥 ©동이

#때워가며 쓰던 양은냄비

양은냄비, 양은솥은 개발시대 주방혁명을 가져온 조리기구입니다. 양은(洋銀)은 구리에 아연과 니켈을 섞은 만든 것으로 서양에서 온, ‘은과 비슷해 보이는 재질’이란 뜻에서 양은이라 불렸습니다. 가볍고 녹슬지 않는데다 열전도율이 높아(조리시간 빠름) 주부들에게 인기 ‘짱’이었죠.

반면 강도가 약해 쉽게 찌그러지고 구멍이 잘 났던 게 흠. 빨리 끓지만 빨리 식기도 해 변덕이 심한 걸 두고 ‘냄비같다’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없던 시절’엔 양은냄비도 귀해 구멍을 때워가며 썼습니다. 양은 솥이나 냄비, 주전자를 때우는 땜쟁이가 이동네 저동네 다니며 땜질을 했죠. 땜쟁이 아저씨들은 냄비 뿐아니라 고장난 우산이나 찢어진 고무신, 장화까지도 솜씨좋게 때웠습니다.

“솥 때우쇼~ 냄비 때우쇼~지나가는 양갈보 XX때우쇼~”

장난기 발동한 아이들이 땜쟁이를 놀려대며 불렀던 노래입니다. 짧은 구전동요지만 양은냄비의 사회상이 담겨있죠. 아이들 눈에도 구멍 난 냄비와 양색시가 함께 연상됐던 모양입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냄비’라는 비속어도 이 어름에 생긴 게 아닌가 합니다.

#인체 유해수준 아니지만 조심해야

양은으로 된 용기는 오래 사용하면 노란코팅이 벗겨집니다. 금속성분이 조리과정에서 녹아 체내로 흡수된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물론 대부분 몸밖으로 배출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일부가 체내에 쌓여 빈혈 등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그동안에도 '사용자제’가 권장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경기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결과도 같은 흐름이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양은 냄비. 스테인리스에 밀려 자취를 많이 감췄지만 근자엔 향수마케팅 차원에서 일부 프랜차이즈 식당같은 곳에서 라면이나 김치찌개의 용기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양은냄비의 알루미늄 용출량이 유해한 수준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검출되지 아니함만 못하니 과유불급~ 조심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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