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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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바람이 불지않는 양지바른 곳에 있어본 사람은 햇볕의 고마움을 너무나 잘 안다. 추위에 움크린채 총총 걸음으로 길을 가다보면 양지바른 자리엔 어김없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게 된다.

돋보기를 난생 처음 본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안경을 쓴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애들은 돋보기를 쉽게 볼 수있으나 우리집에는 안경 쓴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만져본 적도 없던 어린 시절이었다.

돋보기를 학교에 갖고 온 애가 교실 밖 양지바른 곳으로 신문지를 들고 나가면 애들이 우르르 쫒아 나가곤 했다. 돋보기를 신문지 위에 한참을 들고 있으면 신문지가 그을려 연기가 나다가 마침내 타기 시작했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무슨 마술에 빠진듯 놀랐었다.

따뜻한 정도에 불과한 햇볕이 돋보기를 통해 모아질 때 신문지를 태울수 있는 온도까지 올라간다는 과학상식을 배우기까지 돋보기는 신비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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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어른이나 무지개를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를 알고나서도 커다랗고 선명한 무지개가 하늘에 떠있는 걸 외면하기 어렵다.

비가 오다 개인 직후 학교운동장에서 뛰놀다 바라보았던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무슨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었던 어린 시절이다.

프리즘을 이용해 빛을 분광하는 관찰을 하며 햇빛이 여러 다른 파장의 빛으로 나누어진다는 걸 배우며 무지개에 대해 지녔던 어릴적 신비함이 걷혔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게 손쉬워진 세상이라 무지개가 보이면 그래도 사진이라도 찍고싶지만 탁 트인 하늘을 보기도 어려운 도시이다보니 무지개 보기도 어려운 도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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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나 격언이 넘치던 시대에 자랐다. 마치 잠자던 국민을 깨우려는 듯이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기 바빴다. 초가집 벽에다 철학자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를 써붙인 집도 흔히 보였고 라디오방송에서는 스피노자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가 인기를 끌던 시절이다. 또 라디오 정규프로로 채근담이 소개되기도 했다.

해방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했다고 알려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말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2016년 미국대선에서 힐러리캠프에서 사용한 공식구호가 ‘Stronger Together(함께하면 더 강해진다)’였는데 어려서 많이 듣던 말과 일맥상통해 관심이 더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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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있다. 힘을 뺄 때는 빼고 힘을 줄 때는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따금 그 반대로 하기 십상이다. 이 운동 원리는 살아가는데도 통하는데 운동에서처럼 힘을 뺄 때 힘을 주어 볼썽사나운 모습을 자주 본다.

힘 있는 자리에 가면 바로 목이 뻣뻣해져 그 때서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진짜 힘 있는 사람은 여러 구성원들의 작은 힘을 하나로 모아 큰 힘을 만드는 사람이지 자신의 큰 힘을 보여주느라 구성원들의 힘을 흩어뜨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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