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뜻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요즘 뉴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각한 일이지만 타인이 겪은 일이기에 큰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정말 안일하게도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인이 모두 안전하다고 믿고 지냈다. 한 친구가 힘겹게 진실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친구K의 전 남자친구는 연애초반 그녀에게 한없이 잘해주었지만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틈만 나면 외모비하를 하며 K의 자존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K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나는 K에게 왜 주변에 알리고 신고하지 않았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자 K는 처음에는 그저 모든 게 무섭고 창피했으며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자신에게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자 요즘 사회에 만연한 데이트폭력 문제에 대해 “맞아도 싸”, “맞을 만 했네”, “맞을 짓을 했겠지” 등 너무나 쉽게 말하는 인터넷 글들이 떠올랐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두둔하는 말들이 피해자를 더 궁지에 몰리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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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름끼치는 것은 현재는 헤어진 K의 남자친구가 너무나 뻔뻔하게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K는 아직도 밤잠을 설칠 정도로 힘들고 괴로운 반면 그녀의 남자친구는 전혀 신경 쓰지도, 아니 기억하고 있지도 않은 듯했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말로 둘의 인연은 완전히 끝이 난듯하지만 아직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남자가 여자를 때려서, 그것도 연인 관계에 있는 둘에게 발생한 일이라서 폭력이라는 단어가 더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누구를 때리든, 성별과 나이 구분 없이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진심을 다해 사과한들 과연 그녀가 한시름 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데이트 폭력은 그저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 중 하나일뿐이다. 공중화장실에는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미용실에서 남자 손님의 머리를 해주던 중 영문도 모른 채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나’를 찾아 떠난 나 홀로 여행의 끝이 지나치게 참혹한 경우도 있다.

하루 아침에 이 모든 것이 변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모두의 작은 관심이 조금씩 쌓여 묵인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더 나은 날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특히나 연인 관계는 서로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만큼 완벽한 이해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말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흔한 말싸움 한 번 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마냥 좋고 사랑스럽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콩깍지는 벗겨지고 단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단점 없는 사람은 없고, 상대의 모든 점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자신에게 맞추길 바란다면 그때부터 둘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꼭 때려야만 폭력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악의 없는 말 한 마디, 장난스럽게 던진 농담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이것 또한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짧은 치마 입지 마”와 같은 말도 데이트 폭력 중 하나이다. 사랑하는 연인은 자신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갖고 싶다는 감정이 강해지면 소유, 집착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러니 소유와 집착으로 연인을 바꾸려하지 말고 그 사람 자체를 존중하며 함께 발 맞춰나가길 바란다. 날이 좋은 날 아주 예쁘게 말이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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