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선의 너영나영]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이명박(엠비) 전 대통령은 법치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범죄사실에 비춰 보면 준법 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자살에서 배운 게 전혀 없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본질적으로 정치 권력과 검찰의 보복성 합작품이다. 정치 권력의 요구로 시작한 표적 세무조사에 이은 표적 수사였다. 후임인 엠비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법치 의식 찾기 어려워

그런 엠비가 요즘 정치 보복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1월 17일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파렴치하다고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법치를 위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걱정하지 않은 듯하다.

검찰의 엠비 수사는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제 소환 시점을 고르고 있다. 소환 조사 후 구속 영장을 청구하느냐, 아니면 불구속 기소하느냐를 두고도 여론의 동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 엠비는 기왕에 드러난 범법 사실만으로도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 여론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설날 명절 실시한 정례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4.2%가 구속에 찬성했다. 그 후로도 개인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구속 여론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천안함기념관 방문 사진. Ⓒ이명박 페이스북

검찰, 소환 앞두고 여론 저울질…구속 여론 70% 넘어

한번 살펴보자. 검찰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빼돌린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의 공소장에 엠비를 ‘주범’으로 표시했다. ‘종범’ 김백준은 구속됐다. 지금까지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으로 받은 특수활동비는 17억5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일부는 방미를 앞둔 김윤옥 여사 등 가족에게 전달돼 사사로이 쓴 정황도 드러났다. 원세훈 국정원장 당시의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과 정치 개입 댓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문화·연예계 인사 사찰과 퇴출 공작의 최종 배후로도 의심받는다.

개인 비리는 뼈아프다. 검찰은 엠비가 100억원 이상 비자금을 조성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것은 기정사실화했다. 그 중에도 다스가 옵셔널벤처스에 투자한 140억원을 잃을 상황에 처하자 대통령이 된 엠비가 권력을 동원해 이를 되찾았다는 의혹은 질이 더 나쁘다. 옵셔널벤처스의 소액 투자자 5252명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부담하도록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다스 소송을 맡은 미국 로펌에 송금한 40억원가량은 이건희 당시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대가 관계가 있었다면 뇌물이 된다.

질이 나쁜 개인 비리, 뇌물 의혹도 속속 드러나

더욱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으로부터 취업 청탁 대가로 대통령 취임 전후에 1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상무가 조사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엠비의 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도 8억원 이상을 건넸다고 한다. 이 역시 뇌물일 개연성이 크다. 18대 총선에서 비례 대표로 당선된 김소남 의원에게서 공천 헌금을 받은 정황, 대보그룹과 중견 조선업체로부터 이권 청탁을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엠비가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이 100억원에 가깝다고 한다. 비리가 마치 고구마 줄기에서 뽑혀 나오듯 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거짓으로 공직자재산등록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차명재산의 큰 뿌리로 의심을 받고 있는 도곡동 땅을 포함해 다른 차명재산도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140억원 돌려주고 국민께 사죄해야

엠비가 기댈 곳은 어디일까. 그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오늘 평택 천안함기념관을 다녀왔다”며 “천안함의 처참한 잔해와 산화한 용사들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안함 폭침 주범에게 국빈 대접을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는 글을 올렸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동계올림픽 방문을 비판하며 보수세력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보수세력도 등을 돌렸다고 봐야 한다. 구속 여론이 70%가 넘는 것이 그걸 보여준다. 기댈 곳은 특정 세력이 아니라 국민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엠비까지 구속 재판을 받게 하기보다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법원으로 하여금 엠비의 범죄와 중형 여부를 최종 판단토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국민의 마음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회수한 140억원을 소액 주주들에게 되돌려 주고 차명 재산을 포함해 일부 재산은 사회에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엠비 스스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황진선

 오피니언타임스 고문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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