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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와 인턴, 두 단어를 통해 본 발전과 변질[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김선구 | 승인 2018.03.08 11:52
©픽사베이

[논객닷컴=김선구] 컬링에서 선공으로는 점수내기 어렵다는 걸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두 팀이 치열하게 승부를 가리는 운동경기에서 경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는 종목마다 다르다. 그러나 인기종목 중 축구나 농구 그리고 야구처럼 경기시작방법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는 종목과는 달리 서브를 넣으면서 경기가 진행되는 테니스나 배구에서는 서브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된다.

테니스의 4대 메이저대회의 하나인 호주 오픈에서 사상 처음 4강에 오른 정현 선수 덕분에 테니스에 대한 인기가 국내에서 크게 상승하여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최정상급 테니스 선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 정현 선수가 시급히 보강할게 서브로 꼽힐 정도로 테니스에서 서브는 중요해졌다.

오늘날의 테니스는 옥내테니스(real tennis)라 불리는 중세부터 시작된 경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손바닥으로 공을 치던 운동에서 16세기 라켓이 도입되며 테니스로 불리기 시작했다. 1895년 농구, 야구, 테니스와 핸드볼을 종합하여 만들어진 배구에서도 테니스처럼 서브는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관객의 열광을 끌어내는 묘미로 자리 잡아간다.

서브란 단어는 하인이라는 뜻의 servant와 어원적으로 같다. 신분 높은 상대를 위해 시중을 들어준다는 의미를 감안할 때 원시테니스에서는 서브가 점수를 따기 위한 공격적인 수단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운동경기에서의 변화의 방향성은 선수의 경기력을 잘 보여주는 방향과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테니스나 배구에서 밋밋한 서브는 승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관중들을 식상하게 한다. 강한 서브로 상대를 초토화시키는 선수에 관중들은 열광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테니스나 배구에서의 서브는 더 이상 상대를 배려하는 겸손한 단어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는 모두로부터 환영받는다.

인턴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대부분 수련의사인 인턴의사에게만 쓰이던 단어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박봉으로 수차례에 걸친 수련의 파동이란 걸 겪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턴의사란 훈련생이면서 환자진료도 담당하는 병원 직원으로서 이중적인 위치에 있다. 수련의란 힘든 과정을 겪어내면 대부분 여유 있는 삶이 보장되다보니 인턴의사의 처우에 관해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미국에서는 인턴 제도가 대학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어 여름방학 때 취업하고 싶은 분야의 직장에 가서 몇 달간 일 해보며 분위기를 알아보는 제도로 널리 활용된다.

외국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미국에 유학중인 대학원 학생이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턴사원에 시킨다는 허드렛일 보다는 특정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 주문했던 기억이 있다.

인턴제도란 고용주에게는 직접 일을 시켜보며 얼마나 잘 하는지를 살펴보고 졸업 후 뽑을지 말지를 지켜보는 좋은 기회가 되고 지원자에게는 업무경험도 쌓고 회사분위기도 파악케 하는 쌍방에게 도움이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인턴제도는 일부 오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변질된 우리상황을 반영한 열정페이란 어처구니없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인턴제도가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정부공식 통계로는 청년실업률이 2017년 기준 9.8%라 하지만 취업을 포기한 청년이나 취준생을 포함하면 20%가 넘는다고 추정된다. 취업난이 이렇게 심각한 수준이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청년들을 이용하려는 불순한 동기가 일부 생겨났다.

둘째는 청년실업문제가 국가적인 난제인 가운데 정부가 기업들에게 청년고용을 늘리라고 독촉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독촉에 흉내만 내려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도 부정할 수 없다.

셋째는 추천서를 신뢰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이다. 인턴시 쌓은 업무지식이나 보여준 성실도가 향후 취직에 반영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테니스의 서브처럼 선수나 관중 모두가 반기는 발전은 목적에 부합한 환경이 보장될 때이다. 인턴사원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추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구인과 구직이 균형이 잡힌 가운데 인재선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고 구직자에게도 직장을 고르는데 도움이 될 때이다.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정부 역할은 일자리 만들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고 산업계에서 꼭 필요한 인재가 배출되는 교육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구직자와 구인업체가 필요한 정보가 왜곡되지 않는 사회인프라를 갖추는 먼 길이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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