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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해 달리는 청춘들[서은송의 어둠의 경로]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서은송 | 승인 2018.03.12 11:25

[논객닷컴=서은송] <내 심장을 쏴라>는 2015년에 개봉한 영화로,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6년째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든, 누구보다 성실한 모범환자인 ‘수명’과 움직이는 시한폭탄 같은 ‘승민’이 엮이면서 그의 평화로운 병원라이프가 흔들리는 내용이다. 이유도 없이 강제로 병원에 갇히게 된 승민은 어떻게든 이 곳을 나가야만 하는 같은 방 동기이자 동갑내기인 수명을 꼬드겨 탈출을 감행한다.

작품 자체의 주제가 무겁긴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수긍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여기저기 유머가 지뢰밭의 지뢰처럼 깔려 있어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작품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작가의 끈질기고 지독한 정성 때문이다. 

100분이 넘는 영화 상영시간 동안 의미없는 장면들이 대개 몇 개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장면은 가벼이 보고 넘길 수 있는데 이 작품에는 그런 어지간한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한 장면도 대충 볼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 지극정성에 마음이 쿵쿵 울릴 정도로 아팠다. 

서로 바라보고 있는 승민과 수명. ‘내 심장을 쏴라’ 스틸컷. ©네이버영화.

정유정씨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의 자유의지, 본성과 생명’이다. 정신병원이라는 장소는 그 자체가 제한적이고 억압적이다. 따라서 인간의 진짜 본성이 드러나기에 적합하다.

승민의 눈은 자신의 자유성과 상관관계에 있다. 작품 속 승민은 시력이 점점 나빠져 외면의 밝음을 잃어버린다. 이는 승민이 자신을 구속하던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시력이 나빠짐으로 인해서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신의 행복과 자유가 무엇인지 바르게 볼 수 있는 내면의 눈을 갖게 되고, 패러글라이딩이라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된다.

승민의 선천적 질병은 필연적 또는 숙명적인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고 세상(운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 ‘무지개를 넘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익숙해지면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은 단 한군데이다’ 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를 통해서 수명은 자신이 나아가야할 곳(무지개 넘어)를 인식하고 있지만 자신이 도달해야할 장소에 대한 낯설음과 두려움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도망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간호사는 “너의 편의를 봐줄 생각이 없으며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죽는다”고 말한다. 그의 모습 뒤로는 신(십자가)이 존재하지만 신은 그를 구원해주지도 위안을 주지도 못하는 존재로 나온다. 결국 작가는 자신을 구하기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에 더해서 승민도 전화한통이면 자신을 병원에서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그를 구해주지 않는다. 결국 승민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해 운명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간다. 수명의 모자는 사회적 제도에 의한 억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수명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장면인 보트에서 모자를 벗고 있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정신병원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로 비유를 해보면, 사회적 지배계층의 경우 아예 외부에서 정신병원 내 개인을 지배하는 데 있어 돈과 권력의 힘이 얼마나 센지 보여주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도 미치게 만드는 그런 억압의 힘. 그 안의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들은 노래와 춤에 기쁨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이며, 정작 비정상적인 구도는 정신병원 밖 기득권층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남용하지는 않지만, 애초에 정신병원과 같은 이런 세계가 어디에 위치해 있다는 것조차 모르기 때문일 것이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공감할 수 없는 세계라고 이미 단정지어버린 것은 아닐까. 결국 환자라는 판단도 같은 사람이 내리는 것인데 말이다.

결국 힘있는 기득권층들이 운영하는 세계. 어쩌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정치’라는 단어는 그들이 정신병원과 같은 세상을 운영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서은송

2016년부터 현재,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

2016/서울시 청소년의회 의장, 인권위원회 위원

뭇별마냥 흩날리는 문자의 굶주림 속에서 말 한 방울 쉽게 흘려내지 못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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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송  seoe01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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