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연의 물구나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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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송채연] 지난달 홍콩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여행 가기 직전에 바꾼 터라 이주도 안 된 것이었다. 누군가가 훔쳐 간 것임이 유력했다. 화가 났다. 나는 허전한 마음을 끌어안고 한국에 돌아와야 했다. 곧바로 유심을 새로 발급받으러 달려갈 수도 있었지만 괜한 오기가 생겼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핸드폰 없이 한번 지내보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핸드폰을 갖게 된 이래로 처음이었다.

수년간 찰떡같이 붙어 다니던 것이 없으니 온통 불편함 뿐이었다. 어딘가 모르는 장소에 가려면 전날 저녁에 가는 법을 찾아 다이어리에 적어놓아야 했다. 친구와 약속을 잡으려면 미리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했고, 급하게 전할 일이 있어도 바로 연락을 못하니 답답했다. 중독처럼 드나들던 SNS도 더 이상 못하니 허전함이 배가됐다.

어느 날은 지하철에 앉아 문득 앞을 보았는데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그들의 시선을 핸드폰에 담고 있었다. 만약 나도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과 똑같았을 것이다. 핸드폰 없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니 조금씩 소소한 즐거움이 생겨났다. 마치 혼자만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핸드폰 속 스크린을 벗어나니 차츰 주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수백 번도 더 오갔던 길이 다시 보니 낯설었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집에 오는 길에 나무가 몇 그루 있는지 따위를 세어보았고 몇 번째 가로등 불빛이 더 밝은가를 재어보았다. 밤하늘은 생각보다 더 넓고 예쁜 것이었다. 사소한 하나하나까지도 지나가는 배경 속 조연이 아니라 그곳의 주인공이었다.

일하는 곳에서는 업무를 전달할 수 없다고 혼이 났고 친구들은 연락이 안 되니 답답하다며 잔소리를 해댔다. 나는 결국 몇 주 못가 핸드폰을 새로 개통했다. 그래도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우리는 핸드폰 때문에 너무 많이 놓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송채연

  대한민국 218만 대학생 중 한 명.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될래요.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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