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핫이슈]

ⓒ픽사베이

[오피니언타임스] ‘1억원 투자했는데 두달만에 500만원 남았다’ ‘투자금 잃은 20대 젊은이 목숨 끊어~’
잊을만하면 나오는 가상화폐 투자관련 기사들입니다.
쪽박, 깡통...

투기의 끝은 늘 닮은 꼴이죠.

예측불허란 점도 같습니다. 골든크로스(주가나 거래량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시장이 강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종종 해석)를 보고 샀는데 상투가 되고, 데드크로스(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약세로 들어섰다는 신호로 종종 해석)를 보고 팔았는데 주가가 바닥이 돼 오릅니다.

남들보다 먼저 사고, 먼저 팔려는 심리마저 가세해 가격은 요동칩니다. 비트코인처럼 가격제한폭이 없는 경우라면 대박이든, 쪽박이든 결판은 더 빨리 나게 돼있습니다.

네덜란드 튤립버블을 연상시킬 정도로 과열을 빚었던 가상화폐.  ‘실체가 있냐?’ ‘수수료 없애려고 만들었다면서 웬 수수료냐?’ ‘사기다!’ 등등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거래소 폐쇄소식에 2030들이 분노의 깃발을 들자 당국이 ‘설익은 정책’이라며 꼬리내리고... 일말의 기대감에 젊은 층의 대박환상은 식을 줄 모릅니다.

초기에 투자한 이들이라면 대박났을 겁니다. 몇년새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배 이상 뛰었으니까요.
문제는 뒤늦게 "돈 된다!"며 뛰어들었다가 쪽박 찬 투자자들입니다. 네덜란드(튤립)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작금의 가상화폐 열풍은 전통 판소리 흥부전의 프레임과 똑같습니다.

“박을 타세~ 박을 타~” 마음씨 착은 흥부가 ‘제비 호박씨’가 키운 박을 자릅니다. 흥부의 무욕(無欲)이 대박(금은보화)을 가져오죠. 흥부 대박소식에 부랴부랴 제비다리 부러뜨린 놀부. “대박을 타보세~” 해봤지만 과욕(過欲)은 참사(쪽박)로 끝납니다.

줄기세포치료제로 유명했던 바이오 A사. 현란한 기업홍보로 코스닥 대박예견 종목으로 떠올라 액면 500원짜리가 한때 3만원까지 치솟습니다. 그러다가 대주주 배임 등의 악재가 튀어나와 돌연 상장폐지됩니다. ‘대박테마주 사냥’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쪽박신세가 되죠.  이처럼 ‘잘 나가던 테마주들’이 어느날 쪽박주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도권 시장(증시)에서도 쪽박이 속출하는 판에 정책 사각지대에서 유통돼온 가상화폐가 대박을 가져다 줄까요? 특정기간만 잘라보면 급등락에 따라 대박을 챙기는 이들이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네덜란드 튤립이나 바이오 A사처럼 급등세는 꺼지게 돼있습니다.

거품은 거품이기에 반드시 꺼집니다. 가격은 실적으로 수렴됩니다. 때문에 길게 보면 투자자가 아닌, 중개기관만 재미보게 돼있습니다. 빗썸의 중개료 매출추이(2015년 18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 추정)만 봐도 가상화폐 광풍의 판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모바일로 검색하다보면 보면 뜨는 광고가 가상화폐거래소 광고입니다. 광고할 이유있고, 광고할만큼 돈 벌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발빠른 사람’은 가상화폐에 투자했지만 ‘발빠르고 영리한 사람’은 가상화폐거래소에 투자했다고 보면 됩니다.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 한 투기시장은 제로섬입니다. 판돈은 결국 고리뜯는 하우스의 몫이 될 뿐입니다. 자본이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증권사에 투자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쪽박은 ‘폭망’(폭삭망함), 빈털터리 거지신세의 다른 이름입니다.  60~70년대만해도 쪽박차고 동냥하는 거지들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어름 유행했던 말 중 하나가 “동냥은 못해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였습니다. 없는 사람에게서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빼앗지 말라는 불문율이었죠.

그러나 온라인으로 돈거래하는 요즘 세상에선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폭망하면 쪽박은 커녕, 종이 한장 건질 수가 없습니다. 투기의 끝이 그만큼 냉혹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