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중학교 입학하느라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 유학길에 오를 때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던 두가지 걱정이 있었다.

하나는 어린이 유괴에 대한 걱정이다. 어머니는 서울가면 낯선 사람이 어딜 가자고 하면 따라가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주셨다. 서울에서는 눈 뜨고도 코를 베어가는 곳이란 말도 덧붙이곤 했다.

1960년대 초반 조두형 어린이 유괴사건이 터진 후 어린이 유괴가 신문 사회면에서 크게 다뤄지던 분위기에 걱정이 크셨던 어머니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없는 티가 풀풀 나는, 촌티풍기는 아이를 유괴할 이유가 없을 터인데 과잉걱정을 하셨던듯 하다.

두번째도 산문사회면 기사와 관련이 있다. 지난 겨울처럼 추운 날이 이어지면 연일 사회면에 연탄가스 중독사고 보도가 이어지곤 했다. 시골에서는 나무를 때다보니 연탄가스중독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는데 서울 올라가면 언제 연탄가스에 중독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성하지 않고 찢어진 방바닥이나 바람이 들어오는 문틈 등 연탄가스가 새어들어오기에 딱 알맞은 주거환경이었다.

신혼 후 처음 세를 살았던 화곡동 시범아파트를 마지막으로 연탄가스중독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의 그 기분은 마치 포로에서 석방돼 누리는 자유에 비할 수 있었다.

ⓒ픽사베이

당시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다 싶으면 동치미 국물을 마시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고 살았다.
연탄가스 중독 즉, 일산화탄소 중독이란 탄소가 들어있는 물질이 불연소될 때 나오는 무색 무취의 가스를 들이마셔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체내에 산소가 제대로 운반되지 못하며 생기는 저산소증을 말하는데 초기증상은 산소를 많이 소모하는 뇌나 심장 그리고 근육의 기능이 저하된다.

처음에는 두통, 어지럼과 구역질이 나타나며 심해지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깨어있을 때야 구토나 어지럼으로 더 위험해지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자고있을 때 중독되면 극히 위험한 상태이기 쉽다.

연탄가스중독사고가 빈발하다보니 웬만큼 큰 병원에는 연탄가스중독 치료에 필수적인 고압산소통을 설치한 병원임을 외부에서 쉽게 알아보게 간판을 세우기도 했다.

연탄가스에 중독돼 축 늘어진 환자를 업고 병원으로 옮기던 모습도 주위에서 보기도 했다.
연탄가스란 냄새나 색깔로 알아볼 수도 없어 연탄가스를 마시면서도 본인은 알기 힘들다. 때문에 카나리아란 새를 새장에 넣어 방안에 두는 집도 있었다. 사람보다 훨씬 소량의 연탄가스에 노출되어도 사망에 이르다보니 일종의 조기경보시스템을 설치한 거나 진배없다.

한나라나 사회를 몰락시키는 징조도 처음에는 연탄가스처럼 무색 무취로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다보니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그대로 진행된다.

과연 우리나라는 자각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내리막길이나 사회혼란이란 변곡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치지는 않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카나리아라도 사서 측정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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