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뜻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작년 이맘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육봉사를 했다. 보통 교육봉사에 자원한 사람들은 교사를 꿈꾸거나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경우다. 나는 둘 다 아니었다. 아이라고는 말 못하고 누워 있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난 자발적으로 봉사를 할 만큼 사교성 있고 밝은 성격도 아니었다. 돈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 적은 거의 없었다. 때때로 친구들은 나를 보며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봉사에 임하기 전 일정기간의 교육을 받을 동안 다양한 전공을 지닌 언니, 오빠들과 친분을 쌓았다. 언니, 오빠들은 내 전공(미디어문예창작학과)을 듣고 다들 의아했다. 그저 막연히 그럼 글 잘 쓰겠다, 멋있다와 같은 감탄을 했다. 국어교사, 체육교사, 중국어교사, 윤리교사를 꿈꾸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이방인 같았다. 그래서 글쓰기교사가 하고 싶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교육봉사지만 교과목을 직접 가르치기보다 중학생 아이들의 꿈을 찾아 동행하는 일에 가까웠다. 중학생들이 얼마나 미성숙하고 불안정한지 잘 알고 있다. 초등학생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뛰어 놀기 바빴다면 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중학교는 초등학생 때와 달리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적응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하다. 또한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 갈등이 생기거나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공부와 진로도 큰 걱정거리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들을 필요로 한다. 난 그런 친구들에게 멘토 혹은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자 했다.
맞다. 난 거창한 이유나 목표의식으로 교육봉사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저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억지로 묻어둔 기억은 20살이 넘어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을 해서 바른 길로 인도하자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적어도 나처럼은 되지 말았으면 이라는 마음이 강했다. 누군가 도와달라고 힘겹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성장했으면 했다. 나와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누군가 내게 의지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쉽게 지쳐버리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멀어진 친구는 현재 꽤 문란하게 생활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조금만 그 친구 말에 귀 기울였다면 지금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마음을 간지럽혔다. 이런 불편함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교육봉사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켰다. 새로운 일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 싱그러운 3월, 모두들 색다른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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