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뜻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작년 이맘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육봉사를 했다. 보통 교육봉사에 자원한 사람들은 교사를 꿈꾸거나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경우다. 나는 둘 다 아니었다. 아이라고는 말 못하고 누워 있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난 자발적으로 봉사를 할 만큼 사교성 있고 밝은 성격도 아니었다. 돈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 적은 거의 없었다. 때때로 친구들은 나를 보며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봉사에 임하기 전 일정기간의 교육을 받을 동안 다양한 전공을 지닌 언니, 오빠들과 친분을 쌓았다. 언니, 오빠들은 내 전공(미디어문예창작학과)을 듣고 다들 의아했다. 그저 막연히 그럼 글 잘 쓰겠다, 멋있다와 같은 감탄을 했다. 국어교사, 체육교사, 중국어교사, 윤리교사를 꿈꾸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이방인 같았다. 그래서 글쓰기교사가 하고 싶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픽사베이

교육봉사지만 교과목을 직접 가르치기보다 중학생 아이들의 꿈을 찾아 동행하는 일에 가까웠다. 중학생들이 얼마나 미성숙하고 불안정한지 잘 알고 있다. 초등학생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뛰어 놀기 바빴다면 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중학교는 초등학생 때와 달리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적응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하다. 또한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 갈등이 생기거나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공부와 진로도 큰 걱정거리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들을 필요로 한다. 난 그런 친구들에게 멘토 혹은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자 했다.

맞다. 난 거창한 이유나 목표의식으로 교육봉사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저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억지로 묻어둔 기억은 20살이 넘어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을 해서 바른 길로 인도하자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적어도 나처럼은 되지 말았으면 이라는 마음이 강했다. 누군가 도와달라고 힘겹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성장했으면 했다. 나와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누군가 내게 의지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쉽게 지쳐버리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멀어진 친구는 현재 꽤 문란하게 생활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조금만 그 친구 말에 귀 기울였다면 지금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마음을 간지럽혔다. 이런 불편함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교육봉사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켰다. 새로운 일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 싱그러운 3월, 모두들 색다른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