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땅보러 다니기’와 관련해 몇가지 추가합니다. 뭐 많이 알아서라기보다는 다니면서 보고 느낀 내용들입니다. 때문에 프로페셔널한 입장과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 먼저 말씀드립니다.
도시생활을 해온 베이비부머의 경우 도시를 떠나도 도시를 완전히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유는 그동안 다져놓은 네트워크와 나이때문이죠.
땅도 건강문제 고려해서 봐야 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면 건강해지는 것 아니냐? 텃밭채소에 산나물만 뜯어먹고 살아도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텐데 뭔 건강문제냐?”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인 중에 은퇴하고 경북에 귀촌해서 사과농사 짓던 분이 있습니다. 관광여행차 영주 부석사에 다녀오다 눈앞에 펼쳐진 사과농원이 눈에 밟혀 그 자리에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몇년간 과수원을 일궈 소득이 생길 무렵 갑자기 지병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귀농을 접고 U턴해야 했습니다.
전원생활하다 보면 응급상황들이 발생합니다. 뱀에 물리거나 말벌에 쏘이기도 하고 지병이 악화되거나 본인이 모르던 유전적 기질이 발현해 중증질환이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죠. 따라서 응급상황 때 적어도 119가 출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을 택해야 합니다. 긴급 후송시간은 짧을수록 좋죠. 그런 연유로 전문가들은 나이들어 산간오지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피하는 게 좋다고 얘기합니다. 적어도 후송거리 1시간 이내에 종합병원급 의료시설이 있는 지역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죠.
전원에서 생을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만 대체로 도시출신은 나이먹으면서 건강문제로 도시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도시에서 보낸 이들은 설령 귀농귀촌을 해도 경조사나 친목모임 등으로 왔다갔다 하게 돼있습니다. 이 점 역시 땅을 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서울에서 반평생 이상을 생활하다가 지리산 골짜기로 귀촌한 분이 있습니다.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책쓰며 유유자적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서울에 경조사가 생기면 고속버스타고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안 올라올 수 없고, 왔다갔다하다보면 ‘천리 길’. 본인은 별 내색을 안하지만 제3자가 볼 때는 불편해 보입니다.
동이 경험으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직장생활한 경우라면 최대 편도 200km 이내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너무 먼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지방도로들 요새 잘 뚫려있습니다. 비교적 먼 강원도 영월만해도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주파가 가능하니까요. 여유있게 일보고 갈 수 있는 거리죠.
토지 장만 이후의 토지용도를 미리 생각해 적정크기의 땅을 고르는 일도 중요합니다. 무작정 큰 땅을 사면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덩그러니 집만 지어놓고 용처가 부실해지면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귀촌인지 귀농인지를 분명히 해야 땅 크기 역시 쉽게 정할 수 있죠.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생활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크지 않고 자그맣게 지어놓는 게 나중에 매매할 때도 좋습니다. 덩치가 크고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 전원주택은 팔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텃밭농사를 짓든, 전원생활을 하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입니다.
상수원이 연결될 수 있는 곳이라면 큰 걱정 안해도 되지만 고지로 들어갈수록 식수원은 최대 과제가 됩니다. 지대가 높으면 관정을 파도 물이 잘 안나오죠.
동이가 들렀던 강원 산골의 한 오지주택은 전망은 기가막힌데 관정을 뚫어도 물이 안나와 수km 떨어진 산골짜기에 파이프를 연결해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골짜기 물도 가물 땐 수량이 달려 생활에 불편이 적지 않다고 주인장이 토로하더군요. 경관 좋다고 고지대에 땅 장만했다가 물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 여럿 봤습니다.
괜찮은 땅이다 싶으면 물 문제부터 따져보는 게 순서죠.
전기는 인입비용을 들이면 끌어쓸 수 있지만 물은 돈 들여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 유념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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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실례가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전원주택이나 팬션에 대한 기사나 논평글이 나오면
한번 올리고 싶었던 개인의견이오니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