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송의 어둠의 경로] 금수저·흙수저 서로 다른 출발점…동등한 경쟁 위한 기회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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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서은송] 학교나 가정에서는 내게 결과가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럼에도 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고, 그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의지하고 존경하던 고등학교 선생님께 “결과도 중요하지만 정당하게 이뤄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때 돌아온 대답은 충격이었다.

“과정도 중요하고 가치있는 행위도 의미있지만 결국은 그 끝이 어떠냐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질 것이다. 너무 옳은 과정만 쫓지 말고 때론 요리조리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을 찾아라” 한마디로 정당한 과정이 옳지만 살아가다보면 편법을 사용할 필요도 있다는 말이다. 그때 내가 느낀 선생님에 대한 실망은 어른에 대한 실망으로 번졌고,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실망까지 이르렀다.

현실을 똑바로 마주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내게 다가온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업적과 돈을 쫓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이러한 무한 경쟁과 사람들의 욕심 속에서 사회 속 강자 뿐만이 아니라 약자 또한 공정하지 못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목표를 이뤘는데도 행복해보이지 않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20세기 미국의 정치 철학자인 존 롤스는 이렇게 말했다. “공정성의 핵심은 ‘운의 중립화’이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등 우연하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자연적 조건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가 내린 공정한 사회란 ‘무지’의 상태다. 이런 의견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믿어온 정당한 과정의 중요성과 부합했다. 과정이 공정하면 그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사회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 목표를 우선시하는 사회보다 ‘수단과 방법’의 공정함을 중시한다면 경쟁사회의 무한한 이기심의 연결고리가 차차 끊어질 것이다. 그런 사회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누구나 평등을 꿈꾸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갈수록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고착화된 계급사회와 계층적 이동의 기회가 박탈된 사회에 대한 체념을 표출하려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불평등에서 탈출하고자 한다면 그 첫걸음은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주의사회는 공정하고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그곳은 무한경쟁 속 승자만이 독식하는 체계다. 교육 과정부터 개인적 요인보다 외적요인으로 대게 승패가 갈린다. 부모님과 가족의 배경, 사교육의 유무, 태어난 지역, 사회적 상황 등 정작 경쟁하는 당사자의 순수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작은 편이다.

많은 기사에서 비판하는 불공정사회의 근본 원인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사회는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 달리기 경주에서도 트랙 안쪽에 있는 사람은 뒤쪽으로 출발선을 그어놓고, 바깥쪽에서 출발하는 사람일수록 조금 더 앞으로 출발선을 그어놓는다. 교육도, 사회도 그래야한다. 더 나아가 출발선뿐만 아니라 동등한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모두가 같은 여건일 수 없기에 교육적 환경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그에 따른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좋은 어른이든, 못난 어른이든 그들도 또한 교육 안에서 자라났으며, 그 안에서 느끼고 배운 것을 토대로 성인이 되었다. 교육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동등한 교육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생각을 심어줄 것이며, 그 생각을 가진 구성원은 미래에 또 다른 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서은송

2016년부터 현재,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

2016/서울시 청소년의회 의장, 인권위원회 위원

뭇별마냥 흩날리는 문자의 굶주림 속에서 말 한 방울 쉽게 흘려내지 못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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