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단상]

“그렇게 장사하시면 안되죠~”
며칠 전입니다. 서울시내 한 곰탕집 계산대 앞에서 유모차를 끌고온 아기 엄마가 식당직원과 입씨름을 합니다.

엄마는 점심 때를 맞아 곰탕 한그릇 사먹으려 했던 것같습니다. 그러나 점심 손님들로 막 붐비기 시작하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식당에서는 유모차 엄마에게 테이블을 흔쾌히 내주지 않았습니다. 입씨름 끝에 아기엄마는 결국 유모차를 끌고 나갑니다.

그날 아기엄마가 점심을 해결했을지. 다른 식당에 다시 들어갈 엄두는 못냈을 테고... 편의점이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김밥 한줄로 끼니를 때우지는 않았을까.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유소년(0~14세) 인구를 처음 앞질렀다. 혼인건수도 43년만에 최저치...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게 원인~~”
통계청이 밝힌 ‘2017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나타난 인구실상의 단면입니다.

12년간 126조원의 돈이 저출산 정책에 투하됐지만 실적은 악화일로. 이쯤되면 정책이랄 것도 없습니다. 돈만 퍼붓고 성과는 전무한 저출산 정책의 서글픈 현 주소입니다.

©픽사베이

곰탕집을 찾았던 유모차 엄마처럼 일상에서 부딪치게 되는, 소소한 것들도 출산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은 아닐까?

그날 곰탕집은 노키즈 존(No Kids Zone)도 아니었습니다. 힘겹게 유모차를 끌고 계단을 다시 내려가던 아기 엄마의 뒷모습. 엄마는 그 순간 아기 때문에 점심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통해 했을 겁니다. 그 아기가 첫째였다면?  둘째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 또한 사라지지 않았을까.  찬밥대우 받아가면서까지 아이를 키워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며 겪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이런 소소한 장애물 역시 육아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요인임이 분명합니다.

저출산 대책하면 흔히 양육이나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방의 감초로 거론됩니다. 출산장려금이다, 보육지원이다, 아동수당이다 해서 늘 돈 문제로 귀결되죠. 그러나 안 보이는 비정책적인 요소들, 가령 육아를 대하는 국민들 정서나 문화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그날  ‘유모차 엄마’는 웅변해줍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식당은 대체로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을 반기지 않습니다. 식당주인 역시 출산율 제고라는 정책대의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당장 “내 식당에 아이들 데리고 오는 건 좀~~”하는 님비증후군을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수선떠는 아이들때문에 집객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해됩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결국 인식과 발상, 이해와 배려의 문제입니다. 식당주인이나 손님이나 입장만 바뀌었을뿐 집에 가면 다같은 엄마, 아빠입니다.

아이들을 너그럽게 봐주는 마음, 아이들이 주위에 피해주지 않게 달래는 부모의 노력들이 어울린다면 ‘노 키즈 정서’와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유모차 끌고다니기도 버거운 판에 마땅히 요기할 곳조차 찾기 어렵다면 엄마들에게도 헬조선입니다. 저출산 탈피는 더욱 더 요원해질 수 밖에 없죠.

‘아이 엄마도 식당에서 밥 좀 먹자~’
작은 캠페인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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