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근래 평생 가까이 하고픈 삶의 귀중한 동반을 만났다.

오랜 세월 주변에서 많이 권하고 또 개인적으로 관심은 있었지만 그닥 가깝지 못했던 상대가 내 일상으로 들어섰다. 나의 새 친구란, 이즈음 하루의 주요 일과가 된 운동이다.

지난 해 연말 즈음 탁구 강습을 받기 시작했고, 올 들어 2월 어느 날부터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고 있다. 탁구며 PT를 막 시작한 초보자로서 운동을 일상의 새 친구라고 소개하려니 좀 과하고 성급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무언가 벼르고 시작했다가 작심삼일이 됐던 경험이 적지않기에 마음만 앞서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변화를 알리는 것은,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고 주변과 그 경험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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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운동 부족, 과다 체중의 내게 운동을 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 때는 그런 말이 도통 와닿지 않았다. 피트니스 센터라면 답답하고 지루해 보였다. 실내 운동보다 강변이나 동네 산책이 더 낫겠다면서 정작 실천은 하지 않은 채 날로 게을러지고 체중계와 멀어졌다.

게으름에 대한 벌처럼 좋지 않은 병에 걸려 수술을 받은 뒤로도 내 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건강 검진 때면 추가 검사 항목이 늘어나고 병원 나들이가 빈번해졌다. 드디어 십 년 넘게 복용 중인 고혈압 약 외에 지난 2월부터 고지혈증 약이 더해지며 건강에 심각한 경고등이 울렸다.

게다가 주말 등산 때 출발 초기에는 발동이 더뎌 늘 뒤로 쳐지다 보니 “너무 늦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거실 소파에 축 늘어져 있는 내게 딸까지 당장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해 근육 운동을 해보라며 은근한 압력을 가해오는 것이었다.

평생 고혈압 약과 고지혈증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내 몸과 체력에 대한 딸과 친구의 ‘말’들이 나를 콕콕 찔렀다.

그래서 찾아간 집 부근의 피트니스 센터. 그 곳은 3년전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 쳤던 지인이 퇴직했다는 내게 이제 운동으로 생활을 바꿔보라며 소개했던 자신의 운동 공간이다. 그 지인은 인기 강사이자 저술가인 경영컨설턴트 한근태 씨다. 그는 저서 ‘몸이 먼저다’를 통해 50대 중반 운동 시작 후 바뀐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운동은 생활이고 구원이다’, ‘몸이 당신을 말해준다’, ’바쁠수록 운동하라’고 일깨워 왔다.

3년만에 찾은 그 피트니스 센터에서 여전히 주 5회 땀 흘린다는 한 씨를 또 만날 수 있었다. 6년 전 오십견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그러나 이즈음은 “건강 때문이라기보다 운동 자체가 좋아 거의 매일 운동을 한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됐고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중요 미팅이나 강의에 앞서 운동으로 화장을 합니다.” 그는 또 “운동하며 땀 흘린 뒤 샤워한 얼굴이야말로 최고”라며 “운동이야말로 최고의 화장품이며, 운동만한 화장품을 본 적이 없다”고 남다른 화장법(?)를 소개했다.

환갑 넘은 나이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서 활기찬 에너지가 넘쳤다. 느지막히 운동에 입문한 내게 그는 “체중 감량은 오히려 부차적이고 이제 세상이 달라보일 것”이라며 운동으로 열리는 즐거운 세상을 일깨웠다.

내 경우 이전에 수영, 요가도 배우며 여러 차례 운동을 시도했지만 그닥 재미를 못 붙였다. 한창 때는 뭐가 그리도 바쁘고 여유가 없든지 뭐든 길게 계속하지 못했다. 토요일마다 몇몇 친구와 과천 산림욕장을 찾아 십 수 년 째 산책에 가까운 등산을 해왔지만 주 1회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러다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아래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한 뒤로 운동의 재미와 보람을 새삼 경험하고 있다. 운동이 건강 증진을 위한 선택이었던 이전과 달리, 운동 자체가 즐겁고 기다려지는 일과로 위상이 달라졌다. 운동 우선으로 스케줄을 짜고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하고, 운동하기 위해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는 김민호 트레이너의 말을 금과옥조삼아 식이요법도 심각하게 의식하기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지만 늦은 저녁 시간의 무절제한 간식을 줄이고, 습관적으로 사들이던 빵 떡도 멀리하는 중이다. 

운동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운동 후 어깨 배 부위의 은근한 통증이 기분좋게 느껴진다. 버겁던 동작이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미세한 몸의 변화가 흥미롭다.

‘바쁠수록, 잘 나갈수록 몸이 먼저다’는 한근태 씨의 조언은 “무얼 하고 싶은 지, 무얼 잘 하는지 모를 때 운동으로 시작하라”고 바꿔도 통할 것 같다.

심신의 건강, 장수의 비결로 가깝게 교우하는 친구의 존재가 강조되지만, 친구와 나누는 우정 이전에 혼자서 자기만의 시간을 잘 즐기는 단계가 우선이 아닐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건강까지 겸하는 비법으로 운동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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