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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과 국민의 권익[황진선의 너영나영]
황진선 | 승인 2018.04.03 11:47

[논객닷컴=황진선] 권력 기관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는 것은 기대 밖의 일이다. 역사는 권력 기관이 개혁 요구에 저항해 왔음을 증명한다. 우리 검찰이 형사사법 절차에 관한 권한 가운데 일부를 스스로 내려놓으리라고 기대하는 것 역시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지 않을까. 청와대와 법무부가 주도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고 한다. 개혁 반대 세력들의 ‘희망 사항’인지도 모르겠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요직을 지냈거나 공안을 전문 분야로 맡았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문 총장 취임 후 밀려났거나 밀려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들이 주요 발설자로 꼽히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이 지난해 7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이철성 경찰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청

문무일 총장 사퇴설 나돌아

문 총장 사퇴설은 지난달 29일 연 기자 간담회에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려는 청와대와 정부의 조정안에 대립 각을 세우며 더 번졌다. 문 총장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全件) 송치주의’ 폐지 안에 대한 질문에 “(경찰이) 전건 송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불기소 의견(인 사건)은 (검찰에) 안 보낸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 논의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법률을 전공한 분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습니다”라고 했다.

‘법률을 전공한 분’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총장은 전건 송치주의의 폐지, 곧 경찰에 일부 사건에 대해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부정하고 검찰권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여겼음직하다.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것은 검찰의 핵심 권한 중 하나인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있다면 당연히 검찰에 지휘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정형화된 민생 범죄 종결권은 지난 정권에서 합의

그러나 불기소가 정형화된 민생 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에 종결권을 주기로 한 것을 새길 필요가 있다. 긴급 체포시 검사 지휘 배제, 중요 범죄 발생 보고 범위 축소, 검사의 체포·구속 장소 감찰권 축소 등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수사권 조정을 위한 더 많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이 인권을 침해하는 등 멋대로 사건을 처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경찰의 종결(불기소)처분에 대해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에게 검찰에 이의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으로 해소할 수도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정신청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두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해 종결 처리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길을 열어놓는 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치경찰제 도입 선결 과제 주장은 개혁 회피로 비쳐

문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선결 과제로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찰을 맡아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날인 30일 곧바로 그런 우려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갑작스럽게 지난 2일 올해 자치경찰법(가칭)을 마련해 이르면 2020년에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문 총장의 제안을 반박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자치분권위는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권 조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만약 문 총장 얘기대로 자치경찰제 도입이 선결 과제라면 적어도 2020년까지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미뤄야 한다. 다만 기자간담회에서 문 총장이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바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공수처 도입 역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법제화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다.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과 편익을 신장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직접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등을 포괄하는 검찰의 형사사법적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 탓에,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체제 유지와 정권 안보에 검찰을 이용해 왔고, 검사들도 승진이나 중요 보직을 바라며 스스로 정치 권력화한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검찰이 형사사법적 권한을 좌우할 수 없다면 정치권력이 검찰을 장악하려 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권력의 시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검찰의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는 원인은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권한은 그대로 두고 검찰을 독립시키면 정치 권력화를 막을 수 없고 누구도 견제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룡’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검찰권의 분산이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형사사법적 권한 분산 없이는 국민 권익 신장 어려워

검찰총장 사퇴설은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다. 검찰 수장인 문 총장의 고민도 이해할 수는 있다. 검찰 구성원들이 형사사법 권한을 내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기득권을 순순히 내려놓는 조직은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 또한 강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자살이 검찰이 정치권력과 야합한 때문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여론도 검찰 편이 아니다. 촛불 시위 당시 가장 많이 터져 나왔던 구호 가운데 하나가 검찰 개혁임을 상기해야 한다. 개혁에 대한 반발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은 물론 이명박 정권 역시 권력 기관을 사유화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사유화한 권력 기관은 정권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견제와 감시가 없으므로 부패에도 취약하다. 두 전 대통령 모두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돼 있는 것이 그걸 보여준다. 검사들의 비리가 빈발하는 것도 견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권력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그 초점은 견제와 감시를 통한 국민의 권익 신장이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

 황진선

 논객닷컴 고문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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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cindia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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