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에서 허위전표·상품권 깡으로 현금 확보

하성용 전 사장 등을 피고로 하는 KAI 경영 비리 재판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검찰에 출석한 하 전 사장ⓒ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검찰이 KAI 노사협력팀 자금 일부가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사장) 비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하 전 사장이 챙긴 게 아니라고 맞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제21부(조의연 재판장)는 지난 2일 KAI 경영 비리 제8차 공판을 열었다. 피고는 하 전 사장과 이 모 전무다. 증인은 KAI 직원 손 모 씨와 정 모 씨가 출석했다. 

손 씨와 정 씨는 2009~2011년 KAI 노사협력팀 일원이었다. 손 씨가 노사협력팀을 이끌었고 정 씨가 그 밑에 있었다. 당시 하 전 사장은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손 씨의 상관이었다.

검찰은 노사협력팀 자금을 파고들었다. 검찰에 따르면 2009~2011년 KAI는 노사협력팀 예산에 조직활성화비(노사활성화비)를 6억3000만원가량 편성하고 있었다. 손 씨는 노사활성화비에 대해 “노조 등 회사 반대파를 다독이는 데 사용됐다”고 했다.   

노사활성화비 일부가 허위 전표 작성과 상품권 깡 등으로 현금화된 후 유용됐다는 게 검찰 지적이다.

허위 전표는 노사협력팀 직원들이 단골로 가던 식당과 유흥주점 등에서 작성됐다. 정상 경비 집행처럼 꾸민 가짜 전표를 만든 후 회사에 청구해 현금을 얻는 것이다. 카드 결제 후 취소한 ‘불명 금액’도 더해졌다. 손 씨는 “한해 조성되는 현금이 팀 전체론 7000만~8000만원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허위 전표 출처 중 하나로 경남 사천시 삼천포에 있는 S 유흥주점을 꼽았다. 사천시는 KAI 본사 소재지다.

상품권 깡은 회사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산 뒤 중개업소에 5% 내외 수수료를 주고 팔아 현금을 얻는 것이다. 손 씨도 그 수법을 썼다고 인정했다.

현금이 만들어진 건 분명하지만 하 전 사장에게 흘러 들어갔는지는 미지수다. 증인들은 “회사(KAI)가 경조사 등에 필요한 현금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며 “경비로 썼다”고 했다.

손 씨에 이어 증언한 정 씨는 하 전 사장과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그는 “노사활성화비를 현금화한 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사용 주체는 노사협력팀장이었다”고 했다. “하 전 사장이 노사활성화비를 유용했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고도 했다.

정 씨는 노사활성화비 불법 사용도 부인했다. 그는 “노조원과 술을 마시는 등 관계를 다진 적은 있지만 (노동법을 어기면서) 직접 금전을 지원하진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2011년 하성용 전 사장의 KAI 퇴사를 거론했다. 하 전 사장은 2011년 KAI 부사장에서 물러나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13년 복귀했다. 2011년 김홍경 사장 체제에서 견제받던 하 전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게 가능하냐는 뜻을 담은 질의로 보인다.

정 씨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김 사장이 (하 전 사장을 포함한) 부사장 2명의 은퇴를 시도했었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1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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