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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승진과 일반승진, 투트랙이 필요하다[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김선구 | 승인 2018.04.05 09:24

[논객닷컴=김선구] 은퇴하기 전에는 어쩌다 드물게 이용하던 대중교통수단을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 서울의 대중교통체계가 눈부시게 개선된 걸 보고 놀랍고 뿌듯하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연계성도 무척 좋아졌다. 특히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안내판에서 실시간 정보로 해당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마다 얼마 후 도착하며 자리에 여유가 있는지도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놀랍다.

지난 겨울처럼 추울 때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추위를 피하는 시설까지 마련해놓은 강남의 어느 버스정류장을 지나치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좋아질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버스야 그동안 타지 않았던 지가 오래되어 모든 게 새로울 수 있지만 지하철은 이따금씩 타왔던 터라 9호선을 처음 타면서 느꼈던 놀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존의 지하철은 러시아워 등 승객이 붐비는 시간대에는 만원이고 그 외의 시간대에는 여유가 있는 게 당연했으나 9호선은 달랐다.

일반열차와 급행열차를 같은 노선에서 함께 운영하다보니 시간이 급한 사람은 붐비더라도 급행열차를 선택하고 시간이 넉넉한 승객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일반열차에서 앉아 가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픽사베이

정부가 만들고 운영하던 기존 지하철과는 달리 9호선은 처음부터 민간 사업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구조였다.

1단계 구간인 개화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구간이 개통된 2009년 이후 서울 서부와 강남을 편리하게 이어주면서 인기를 끄는 한편 요금인상을 둘러싼 민간사업자와 서울시와의 갈등 끝에 2013년 민간사업자주주 전면교체라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민자사업이 갖는 공공성과 이윤추구의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민간사업자가 이윤추구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혁신의 방향을 눈여겨 볼 수 있는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지하철 승객의 서로 다른 니즈, 즉 만원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빨리 가고 싶은 바람과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편하게 가고 싶은 욕구를 분리해내는 방법으로 일반열차와 급행열차를 구분시키는 구조를 설계해내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승객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캐나다은행에 오래 다니면서 위로는 고위 임원들로부터 중간관리자까지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과 만났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우리 문화와 크게 달라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두 가지 차이가 있다. 하나는 밴쿠버에 살며 거기서 근무하는 직원 중에는 승진하여 본점이 있는 토론토로 전근가기보다는 밴쿠버 근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고 했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토론토에서의 높은 직급보다는 좋은 기후의 밴쿠버를 선호하는 것이다.

둘째는 좋은 스펙과 성과를 보여주어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직원 중에도 CEO 경쟁 대열에 서지 않는 직원들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CEO 경쟁구도에 들어서면 가정은 포기하고 직장에만 매달려야 하는데 그 보다는 가정과 직장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는 소신이 있어서다.

주어진 일만 착실히 수행하면서 구조조정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는 게 보장되는 길을 선호하는 직원들도 상당수 보았다. 고속승진 길에 들어서다 보면 큰 책임감에다 일찍 탈락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외교관이라면 선망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외교관중 별도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최고위 외교관직군으로 4단계가 있다. 영사(counselor)부터 최고위 직군인 대사(career ambassador)까지 4단계인데 이 최고위 직군승진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외교관으로 약 10년을 근무한 후 서면으로 최고위직군을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무조건 최고위 직군을 신청할 텐데 의아해서 알아보니 최고위직군 신청자는 일정 기간 내 승진을 못할 경우 옷을 벗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도 고속승진 트랙과 일반트랙으로 나눈 후 본인의 신청을 받고 분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관행에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조원과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빨리 승진도 하고 높이 올라갈수록 직장에 오래 남게 된다. 빠른 승진 길에 들어서기만 하면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일반트랙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길 원하더라도 이를 선택할 기회가 없었다. 이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와 사회갈등을 키워왔다고 보인다. 그러다 보니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모두가 승진경쟁에 빠지기도 해 공정성 시비와 불신이 싹트기도 한다. 지하철 9호선이나 외국 은행에서 보이는 나눔의 지혜를 도입해보면 어떨까.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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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구  sunkoo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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