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멍멍멍]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작년까지 초등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전반기에는 장애학생 활동 보조 업무를 했고 후반기에는 행정실에서 근무했다. 하루는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의 사정으로 인해 업무를 대신 한 적이 있다. 지킴이 선생님은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출입을 관리하고 학생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이나 경험도 없는 내가 그런 막대한 임무를 맡아도 되는 건가 싶었다. 다행히 방학기간이라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배움터 지킴이 제도와 학교 방문을 위한 신분증 제출에는 허점이 있었다. 문제점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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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초등학교에서 괴한이 신분증을 제출하지 않고 교문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되어 논란이 됐다. 외부인이 학교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일반출입증 혹은 일일방문증을 발급받아 착용해야 한다. 일반출입증 발급을 위해선 발급신청서, 신분증 사본, 사진, 서약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 서류가 많은 대신 한 번 발급받으면 일정기간 출입이 가능하다. 보통 한 학기나 1년 단위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일일방문증은 일회성으로만 사용 가능하며 신분증을 제출했다가 반납 시 되돌려 받게 되어 있다. 일반 민원인이나 학부모들은 대부분 일일 방문증을 발급받는다.

하지만 민원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학교에 방문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행정실에서 졸업증명서, 재직증명서 등의 민원 서류를 발급받으려면 본인 확인이 필요한데 이때에도 신분증을 제출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미 입구에 신분증을 제출했기 때문에 행정실에서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론 지킴이실과 연락해 민원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지만 정말 원칙대로 업무를 진행한다면 일일방문증으로 출입한 사람은 신분확인을 위한 자료를 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민원 발급시의 번거로움 혹은 거부감으로 인해 신분증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럴때는 원칙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지만, 학부모에게 융통성 없거나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산다. 이는 지킴이 선생님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학교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입한다. 학부모는 물론 급식 납품업체, 교구업체, 방과후교실 강사, 방과후학교 간식 납품 업체, 전기, 수도, 승강기 등의 안전관리 인원, 교육청 교육부 공무원 등 하루에도 수십명이 다녀간다.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미리 제출한 방문증 및 차량번호로 식별한다. 하지만 지킴이 선생님이 이미 출입한 이들의 행적을 모두 파악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문증을 발급받고 신분증을 제출한 사람이 학교에 출입 후 범죄를 저지른다면 이는 통제할 수 없다. 학교 보안관 및 지킴이는 초동 수사권도 없고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도 사실상 없다. 출입제한은 정말 최소한의 확인일 뿐이다.

심지어 일부 지방 교육청의 경우 학교 지킴이를 정식 근로자가 아닌 자원봉사 형태로 채용중이다. 퇴직 교원, 퇴직 경찰관, 제대군인, 퇴직 교도관 등을 우대한다. 그럼에도 월3만원의 보수를 받는데 이는 최저임금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심지어 자원봉사기 때문에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도 가입되지 않는다. 물론 이번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교육청은 학교 보안관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걸맞는 대우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에 따라 차등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앞서 말했듯이 학교 보안관 혹은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수사권이나 강제력이 없다. 그래서 등하교 시간 및 단체 현장학습 등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학교 담당 경찰관이 따로 배치된다.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안관이 자체적으로 수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학교 내 사고와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특정 인물에게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보안 담당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권한 강화 등의 대책을 함께 세워주기를 바란다.  

 이광호

 스틱은 5B, 맥주는 OB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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