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핫이슈]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조합원(2018명)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4월 5일)
#최종 결재자, 이를 확인 않고 승인
#다음날(6일) 오전까지 오류 발견되지 않음
#삼성증권, 오류를 알고(6일 오전 9시31분) 잘못된 주문을 차단(10시8분)
#이 틈에 삼성증권 직원 16명, 501만주를 장내 매도
#매물 쏟아지며 삼성증권 주가, 12% 가량 급락

삼성증권 ‘28억주 배당오류 사고’ 일지입니다.

“...총 발행주식은 8930만주이며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인데 28억주가 배당이 되고 (그 중)501만주가 유통됐다. 회사에서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 이렇다면 공매도는 대차없이 주식도 없이 그냥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증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이건 사기 아닌가요? 금감원은 이런 일 감시하라고 있는 곳 아닌가요?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요?”(청와대 청원사이트)

9일 현재 17만명이 넘게 서명한 청원 글은 “서민만 당하는 공매도 꼭 폐지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주식배당 입력오류가 났을 때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고, 관리자가 이를 정정하는 절차와 감시기능도 없었다. 내부통제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발행주식수의 31배(112조원)나 되는 주식이 임의로 발행돼 매매체결될 때까지 내부통제가 전혀 작동되지 않은 ‘깜깜이 시스템’이었던 겁니다.

“~심각한 것은 지급된 주식 일부인 501만주가 실제 매매돼 삼성증권 주가는 당일 한때 11% 넘게 폭락했다는 점이다. 일반투자자 6만명이 손실을 입었다. 결국 회사가 ‘유령주식’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런 사고 발생에 대해서 금융당국의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 단순히 공매도가 아니라 유가증권 주가조작 사건~”(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삼성증권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입력실수는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증시에선 주문오류같은 팻 핑거(Fat Finger: 직역하면 굵은 손가락/금융 트레이더들이 주문을 잘못 입력해 발생하는 실수)사고가 종종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오류입력, 내부통제시스템의 미비 외에도 잘못 입고된 자사의 배당주식을 죄의식없이 “웬 떡이냐?”며 팔아치웠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투자자도 본인 주식계좌에 배당금이나 주식이 잘못 들어오면 확인부터 하는 게 상식입니다. 내 통장에 출처불명의 돈이 단돈 1원만 입금돼도 맘대로 써서는 안되는 게 현실입니다. 형사소추될 수도 있습니다.

1000원의 배당을 받아야 할 상황에서 1000주가 들어온 것을 정상입고라 생각할 여지는 없습니다. 상장사들의 배당내역까지 꿰고 있는 증권사 직원이 자사 배당이 현금인지, 주식인지, 배당규모가 얼마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들은 ‘착오로 입고’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계좌에 들어온 것이니 일단 팔고 보자~"라거나 "실수를 해도 회사가 한 것이니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회사가 책임질 테고...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공매도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고...” 등등. 이런 탐욕적인 심리기제가 작용한 게 아닌가?

그렇지 않고는 증권실무자인 그들이 잘못 입고된 배당주를 주저없이 판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령주식으로 공매제를 악용한 사기 아니냐?’는 지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신뢰에 가치로 답하다’
삼성증권의 슬로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객에게 ‘가치’ 대신 ‘탐욕’으로 답했습니다.  '삼성의 인재'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질낮은 윤리의식만 보여줬습니다. ‘관리의 삼성’에도 오점을 남긴, 희대의 증권 흑역사로 남게 됐습니다.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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