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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분쟁 타결 쉽지 않다[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겉으론 화해 무드, 속으론 자국 우선주의…불확실성 계속될 듯
유세진 | 승인 2018.04.12 09:24

[논객닷컴=유세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가 세계 경제를 짓눌렀었다. 그러나 지난 며칠 사이 이런 우려는 상당부분 진정됐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증시는 지난 10일 크게 상승했다. 무역전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기대 덕분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일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보아오(博鰲)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올해 중국 시장 개방 폭을 크게 확대하고 또 지적재산권 보호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자동차 등 수입 관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높이 평가하고 구체적 행동을 기대한다고 환영하면서 양국 간 무역 분쟁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면 시장의 기대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근본적인 타협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시장의 파탄은 어떻게든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장의 공포를 누그러뜨리는 조처는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바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시진핑 주석이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결국 트럼프의 위협과 시진핑의 버티기 속에서 앞길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픽사베이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 간 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자체 기술을 개발하도록 도왔기 때문이었다. 장차 경쟁자로 부상할 잠재력을 가진 중국 기업들에 이처럼 기술을 넘겨준 것은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에 접근권을 얻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울며 겨자먹기식’ 선택이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중국 기업들과 중국은 고속성장을 계속했다. 중국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세계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으로 떠올랐고 세계 최대의 제조대국이 됐다.

그러나 중국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미끼로 외국 기업들로부터 넘겨받은 기술은 어느새 외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됐다. 중국이 스마트폰과 고속열차, 풍력발전 같은 분야에서 강자로 떠올랐지만 노동집약적 제품 생산에 주력하며 양적이 제조대국에 머물던 때에는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15년 5월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계획에서 이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적이 아닌 질적 제조대국으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외국 기업들과 생사를 건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외국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에 대한 불만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많은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자유무역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을 보호하면서 외국 기업들에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를 받아 마구잡이로 외국 기업들을 인수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사이버 첩보전을 통해 외국 기업들의 기술과 비밀을 절도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을 보는 외국 기업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퀄컴사를 중국계인 브로드컴이 인수하는 것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9월 처음으로 EU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 대해 심사를 시작하며 규제에 나섰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있어 양보하는 것은 중국이어야만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생각은 다르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외치는 것처럼 시진핑도 ‘중국몽’(中國夢)을 외치고 있다. 지난 40년 간 대성공을 거두며 오늘의 중국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전략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시진핑은 생각할 것이다.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중국이 양보해야 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모두 민족주의를 앞세우는 사람들이다. 겉으로는 양국 간 우호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국익과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에게 ‘미국 제1주의’(America First)가 있다면 시진핑에게는 중국몽이 있다. 두 사람 다 강력한 지도력을 과시하는 스타일이다. 후퇴하고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모욕에 민감하며 약자에게 강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게다가 시진핑으로서는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 최근 미국의 대만여행법 통과 및 잠수함 건조 기술의 대만 이전 등 대만 문제에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배에 대한 비판, 미국의 일방주의 및 헤게모니 추구에 대한 비난 등 다른 협상 카드도 갖고 있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꼭 무역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양국 간 협상이 꼭 지도자들의 스타일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양국 정부의 협상력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미-중의 무역 분쟁 타결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는 지금 무역전쟁 발발과 관련해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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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진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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