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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꿈꾸는 사회[논객닷컴 청년칼럼공모전 가작]
김우성 | 승인 2018.04.17 11:02

[논객닷컴=김우성] 축구선수가 꿈인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매일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운동장에 남아 공을 찼다. 소년이 뛰어다니면서 일으키던 흙먼지는 해가 저물 때까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TV 속 국가대표 선수들을 동경했다. 훗날 월드컵에 출전하여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멋진 활약을 펼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했다. 소년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 연습을 반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년은 성장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한 소년은 키가 자랐고, 축구 실력도 부쩍 늘었다. 슈팅, 패스, 드리블과 같은 기본기는 물론이거니와 체력과 체격도 좋아져 자신의 꿈에 점점 가까워져갔다. 학교에서 축구할 때면 소년의 친구들은 그와 같은 팀을 하고 싶어 했다. 이처럼 주위에서 실력을 인정받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한 뼘 한 뼘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며 꿈에 다가가던 소년. 꿈의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지는 만큼 그는 하루하루를 설렘으로 맞이했다.

주위에서도, 스스로도 실력이 있다고 판단한 자타공인 에이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년이 축구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아버지는 아들의 꿈에 반대했다. 축구선수를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축구는 취미로 하고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며 아버지는 애원하듯 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한창 꿈에 미쳐있고,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월등한 기량을 뽐내던 소년은 아버지의 호소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오기를 품은 채, 축구선수라는 꿈에 더욱 매달렸다.

©픽사베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소년은 대학에 진학했다. 스무 살, 술집에 가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줘도 쫓겨나지 않는, 법적으로 성인에 해당하는 나이.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20대에 발을 내디딘 청년은 10대 시절과는 전혀 다른 세상과 맞닥뜨렸다. 그가 20대가 되어 만난 인연은 다양했다. 생소한 지역과 처음 들어보는 학교 출신의 수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집 근처 동네에서만 돌아다니고, 만나는 친구가 정해져 있던 청소년기와 달리 성인의 삶은 새로운 만남의 연속이었다. 출근길 서울 지하철 2호선에 갇힌 것 같은 생활이라고나 할까. 낯선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크고 넓은 세계에 그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었다.

청년은 20대가 되어도 축구를 계속했다. 그의 꿈은 여전히 세계적인 축구선수. 월드컵 무대를 밟는 꿈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는 대학생 대회를 포함해 각종 지역 대회와 전국 대회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후로는 좀처럼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10대 시절, 호날두 뺨치던 그의 활약은 온데간데없고, 어설픈 실수를 남발하며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가 속출했다. 낯선 지역, 낯선 학교 출신의 수많은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는 빈도가 잦아지자 나름 잘한다고 자부해왔던 청년은 위축되어갔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단다.” 청년의 아버지가 말했다. 경기에서 패배하고 집으로 돌아온 청년은 거울 속에서 흙먼지로 더럽혀진 옷을 입은 자신을 발견했다. ‘세상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구나,’ ‘어쩌면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몰라.’ 의기양양하던 교복 차림의 소년은 없었다. 교복을 벗음과 동시에 자신감도 벗어던진 듯, 청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치열한 경쟁, 냉혹한 현실, 그리고 전쟁 같은 삶의 한복판에서 살아남기에는 청년은 너무 연약했다.

‘어쩌면 아버지의 말씀이 맞을지도 몰라.’ 청년은 지난날 아버지가 그토록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에 왜 반대하였는지 슬슬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수십만 명의 청년들의 입장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데, 당시 청년은 자신과 상관없는 소식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에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고 그 중에서도 돈방석에 앉는 축구선수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년의 생각은 슬슬 바뀌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같은 길을 가는 모습을 한심하게 여긴 과거와 달리, 이제 그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시생’들이라고 대박을 터뜨리며 인생을 화려하게 살고 싶지 않을까. 그들이라고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 채 청춘을 공무원 시험에 바치고 싶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런 선택을 내린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 청년은 그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청년. 오늘도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김우성  kws3f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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