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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의요정5_사이베르[‘한국인의 좋은 습관’ 캠페인]
써니 | 승인 2018.04.17 11:31

5. 사이베르

한 손에는 시집을, 다른 한 손에는 습작노트를 든 거리의 장발청년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떨어진 낙엽과 꽃잎을 책 속에 끼워 말렸던 소녀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통학버스에서 손수 적은 단어장을 외우던 고등학생의 모습은 지난날의 풍경이 되었다. 주부들의 가계부와 육아일기도 엄지손가락 몇 번이면 끝났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는 다들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손 안의 화면만 쳐다본다. 옆 사람한테는 관심도 없었다. 이제 세상은 사이베르(Cyber) 세상이 되었고 도시는 페르푸메의 향이 매우 옅어졌다. 늘 답을 제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키는 신목이 베어졌던 그 날 느꼈던 절망감에 다시 사로잡혔다.

“요즘 사람들은 아바타란 것도 만들어서 두 개의 인격으로 산다더군. 이북이란 게 나왔어. 인간들아, 도대체 어디까지 갈 거니. 휴, 노타모레. 이제 나도 이민가야하나?”

부키의 날개와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노타모레는 경쾌하게 웃었다.
“글쎄. 좀 더 보자. 히히.”

빨리 답을 내지 않는 것은 부키가 흉내 낼 수 없는 노타모레의 장기다. 노타모레는 속이 늘 비어 있어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노타모레! 사람들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나 노트에 직접 쓴 손 글씨가 자신의 감각을 일깨워준다는 걸 이젠 잊었어. 우씌. 우리가 수백 년 동안 얼마나 공들여 가르쳐 준건데?”
“나 얼마 전엔 강의 내용을 핸드폰으로 찍는 것도 봤어. 노트의 죽음인 거지.”

그런 말을 하면서도 노타모레가 또 웃었다. 부키가 오히려 화를 냈다.

“그런데도 웃음이 나?”
“난 인간을 믿어. 그리고 아직 위대한 기억의 나무님이 나서지 않으신 걸 보면 진짜 위기는 아직 아니야.”

부키는 이 말에 반응도 않고 화를 더 냈다.

“바보 인간들. 손이 수고를 하면 몸이 기억하고 몸이 기억하면 정신이 깨인다는 걸 모르다니.”

부티의 지적에 노타모레가 허탈하게 웃었다.

“하긴, 노트북으로 쓴 글은 성형미인처럼 다 똑같아 보이지.”
“고대 인간들은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일을 자신의 의식을 불어넣는 행위라고 신성하게 생각했는데… 그 시대는 이제 간 거야. 갔어. 인간들은 자신들이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리고 있어.”

©픽사베이

그러더니 부키가 다시 사이베르 세상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사이베르에 돌아다는 글이며 그림은 진짜가 아니야. 가공된 무한 링크와 복제, 거긴 페르푸메가 들어가지를 못해. 그럼 그건 가짜야.”

노타모레는 사이베르를 복제된 이미지와 글이 무한 링크로 연결된 세상으로 생각한다. 그런 세상은 사실 요정들도 익숙하다. 숲의 생태계도 역시 무한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무의 뿌리와 뿌리가 숲에서는 서로 맞닿아 있고 꽃의 포자와 새들의 똥은 숲의 정보를 멀리 옮겨간다. 뿌리, 포자, 똥 이런 것들은 숲이 자기를 복제하고 세상과 링크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핀란드 숲에서 일어난 일을 멀리 러시아 툰드라 얼음 땅에서도 곧 알게 되고, 복제되어 거기에 새로운 숲이 만들어졌다. 세상 어디를 가도 다른 것 같지만 근본은 같은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베르와 숲은 다른 공간이다. 숨결과 감각이 느껴지는 숲은 실체라면 사이베르는 허상일 뿐이다.

“허상이 실상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제 곧 사이베르의 허상이 위험하게 드러날 거야. 그때 인간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부키? 히히.”
“무슨 위험? 노타모레, 뭔가 짚이는 게 있구나. 호호. 우리한테 좋은 거야 그거?”

부키가 반색을 하며 덤벼들었지만 노타모레가 몸을 피했다.

“히히. 아니. 우리가 살던 숲을 생각해봐 부키. 늘 좋은 것은 없어.”

노타모레는 기억한다. 숲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숲에서는 맑은 물을 조심해야 한다. 거기 주변 풀숲에는 뱀이나 독충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물은 사슴만이 먹는 것이 아니다. 폭풍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폭풍은 나무를 부러뜨리긴 하지만 대신 숲을 청소해준다. 이처럼 세상에는 늘 선과 악이 공존한다. 좋게만 보이던 사이베르 세상에 독사의 침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정체를 숨긴 사람들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말에는 독이 가득 묻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사이베르 독침에 희생되었다. 과격한 사람들은 과거의 기록과 기억을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취급해 젊은이들과 늙은이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실망한 지식인들이 사이베르를 떠나는 징후가 나타났다.

‘이제 곧 폭풍이 불 시간이 올 것이다.’
‘실체와 허상, 선에 숨은 이면의 악까지?’

문지는 입이 벌어졌다. 이제 고등학생인 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 생각하지 못했다. 우디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디 노트는 바야흐로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고 있었다.

‘우디는 어떻게 이야기를 가져가려는 걸까... 이게 정말 우디 혼자 쓴 게 맞나? 혹시 성식 노트에서 본 걸까?’

그럴 지도 몰랐다. 그때 노트 사건 이후로 우디는 아빠 노트를 손에 놓지 않았었다. 문지는 요정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아니 우디의 생각이 궁금했다. 다시 문지의 눈은 다음 문장을 좇았다.

대학생 최세은 씨의 수업 필기 노트. 마음에 드는 어린왕자 노트를 끝까지 다 써보기에 도전해 결국 성공했다. ©최세은

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있는 예비 취준생 샐리에요.
특히 어린왕자 노트를 2학년때 처음 접하고 필기하는 습관이 생겨서 너무 행복했어요
이상하게도 어린왕자 노트는 끝까지 다 써보고 싶더라구요. 결국 성공했답니다.
단 한번도 노트를 사서 끝까지 써본 기억이 없는 저로썬 정말 행복했어요
약간의 성취감 이라고 해야하나...ㅎㅎ

저는 수업시간에도 80프로 이상이 남자 선배들과 수업을 듣기에 사실 모든 수업이 무미건조하고 굉장히 보이쉬 한 생활을 해왔는데 노트하나로 제 마음에 봄이 온것 처럼 제 기분이 항상 좋았던거 같아요

교보문고 가면 7321부터 찾는 샐리가 되었어요
전 사실 도로시와 어린왕자 캐릭터를 좋아했거든요
제게 꾸준한 필기 습관을 갖게 해준 7321 어린왕자 노트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취직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노트하는 습관 갖고 잘 살게요.


<노트의요정 시리즈 전체보기>   최세은, 7321디자인, 황인선, 논객닷컴 

써니  news34567@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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