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등 상품 20여개 등 국가전략자산 목록 재정비

2021년 쏘아 올리는 국산우주발사체의 개발역사는 험난했다.

80년대 말 우리정부는 뒤쳐진 항공우주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원을 러시아로 보내 액체추진발사체의 기술을 배우려했다. 러시아는 KGB까지 동원해 우리연구원들의 숙소나 짐을 이유도 없이 뒤졌다. 러시아 연구원들이 쓰다버린 엔진부스러기를 뒤져가며 추진기관의 금속재료를 배운 것이 우리의 항공우주의 출발점이 됐다.

美·日의 반도체 기술을 어깨 넘어 배운 삼성의 심정도 어쩌면 과거 러시아가 우리에게 숨기려했던 로켓기술과 같을 것이다.

©픽사베이

2000년대 초 삼성전자 구미 공장의 휴대폰생상공장을 취재하겠다고 기자들이 요청한 적이 있다. 기자들이 휴대폰제조공정의 전체모습만이라도 카메라에 담게 해달라는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생산라인 구성, 길이, 기계구성, 사람수만 봐도 경쟁사가 알아챈다”는 이유에서였다.

휴대폰 보다 집약도가 높은 반도체는 공학의 종합예술품이라고 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는 화학,전자,재료,물리학의 기술이 집합된 초정밀 제품이지만 이중 가장 으뜸은 화학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에 휴대폰 판넬을 납품하는 A하청업체 대표이사는 “ 반도체에 수백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 간다” 며 “ 화학물질 공개는 음식 맛을 내는 레시피를 공개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공무원이 생산라인을 보는 건 가능하지만 보고서로 공개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혀를 찼다.

항공우주나 반도체처럼 국가전략산업은 아니지만 식품분야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얼마 전 미국 식약처가 코카콜라가 치아에 손상을 준다며 콜라의 재료를 공개하라고 했었다. 코카콜라는 보고서를 통해 콜라의 성분은 “ 98%의 물과 1% 가량의 과당, 구연산 외 기타 등등이 포함됐다”며 원재료 공개를 끝내 거부했다. 전 세계적으로 콜라는 만드는 회사가 팹시콜라를 비롯해 많다. 심지어 북한도 콜라를 만든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맛을 흉내 내지는 못한다.

고용노동부는 대전고법의 판결을 근거로 삼성전자 등의 기업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며, "라인명,공정명,라인에 배치된 근로자수,근로형태, 화학유해물질 측정 결과 등의 공개가 사용하는 화학물질 종류, 구성정보, 설비기종 등의 정보까지 알려지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까지 주장했다.

산업을 모르는 '철없는'(?) 국가기관과 사법부 판단이 산업통산자원부가 삼성전자 등이 국가전략자산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며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1등상품은 20개 남짓이다. 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 공개와 같은 일은 진행형일 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국가전략자산 목록을 새롭게 종합 재정비하고  권고사항정도로만 되어 있는 전략산업의 해외매각이 되지 않도록 법적명문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공든탑이 안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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