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1

넓은 단독주택에 사는 미국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경우 단독주택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도구와 장비를 갖추고 웬만한 수리는 자신들이 한다는 것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 사는 동생네 집을 방문해서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는 생활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주말인데 이웃집에 삼대가 모여 분주하게 톱질을 하는 등 공사가 벌어져 의아한 생각에 물어보았던 적이 있다.

뒷베란다를 만든다고 다른 곳에 사는 할아버지까지 모여 품앗이 작업을 하는 광경이었다.

인테리어 비용이 비싸 자기들이 웬만한 집수리는 직접 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 크게 놀랄만한 장면은 아니었다.

2

부암동 단독주택에 십여년 살면서 배달음식점 전화번호와 함께 가까이 두었던 번호가 연신내에 있는 대천설비 번호였다. 보일러에 이상이 생긴다든지 화장실에 문제가 생기면 고쳐보려는 노력은 하지도 않고 전화로 sos를 치던 번호였다.

이케아가구도 그런 면에서 집수리 등 공구를 다룰 줄 아는 미국인들이 값을 아끼려는 소비심리를 반영한 것으로만 이해했었다.

얼마 전 이케아효과란 말이 있어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완성된 가구를 샀을 때보다 어렵고 힘들게 조립한 가구에 애착이 더 간다고 하며 이를 이케아효과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떤 미국식품회사가 내놓았다 실패한 사례도 같은 이치에서란다.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팔았더니 안 팔려서 소비자가 달걀을 깨서 집어넣고 우유를 적당량 맞추어 넣어주는 불편한 과정으로 바꾸었더니 오히려 팔리더란 사례다.

가구조립처럼 음식도 내가 뭔가 만든다는 느낌이 들어야 소비자의 만족도가 커진다니 우리나라 소비자와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3

추석명절에 송편을 빚던 기억은 이제 가물거린다. 지난 이십여년 동안 송편을 빚어보지는 않았으나 만두는 몇년에 한번 꼴로 빚어 보았다.

만두속과 만두피를 아내가 만들어 놓으면 네 식구가 둘러앉아 빚는다.

손재주가 없어 만두를 빚어도 내가 빚은 건 볼품이 없다. 또 품질도 떨어져 어떤 만두는 속이 적게 들어가 만두껍질이 두껍기도 하다. 또 속을 많이 넣으려다 만두껍질이 너무 얇아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빚은 만두는 삶을 때 터지기 일쑤다. 만두 빚는 속도도 느리다 보니 내 손을 거친 만두는 숫자가 적어 희소성이 있기 마련이다.

못 생기고 터지기 쉽게 빚었지만 내가 빚은 만두를 먹을 때의 반가움과 즐거움을 잊을 수 없다.

단순한 소비자로 남아 있다 보면 불평만 나오기 마련이다. 이케아 효과나 내가 빚은 만두에 애착이 가는 현상에서 보듯 가정이나 회사나 국가에서도 가급적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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