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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과 함께 생명권을![논객닷컴 청년칼럼공모전 가작]
박정애 | 승인 2018.04.19 11:29

[논객닷컴=박정애] 남자는 여자와 여자 사이에 선을 긋는다. 데리고 살 여자와 데리고 놀 여자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살 여자는 정숙하고 교양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깨끗해야 한다. 살만 맞댈 여자는 섹시하고 천박해도 좋다. 그럴수록 더 좋다. 어차피 일회용이니까.

이런 식으로 새끼 낳고 살 여자와 새끼를 낳아선 안 될 성애의 대상으로서의 여자를 구분한다. 물리적 힘이 중요한 원시 시대 때부터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였다. 그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며 쉼 없이 새끼를 낳고 길러주는 것으로 가부장제 사회의 갈비뼈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은 사회의 마이너리그이자 그 사회의 식민지였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 물리적 힘이 중요한 세상이 지났다. 여성적이라고 일컫는 섬세하고 꼼꼼한 일들이 더 부각되는 사회가 되었다. 당황한 남성들은 여혐을 부르짖으며 범죄를 저지른다. 가부장제 사회의 축첩 제도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대놓고 둘 셋의 여성을 거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음성적인 짓들은 여전히 가능하다. 조심해야 하지만 통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최첨단을 달려도 고전은 영원한 법이니까. 매춘의 역사야말로 가장 오래된 고전 아닌가.

지금 한창 미투 운동으로 문화 예술계, 종교계, 학계를 지나 정치계까지 권위를 가진 남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여배우나 여학생 여신도 그리고 여비서 등 젊고 예쁜 여자를 안고 싶은 것은 남성들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미인계라는 말도 있지 않았는가.

©unsplash.com

하지만 그들이 그들과 관련된 여성들을 함부로 혹은 아주 쉽게 성적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바로 남성들만의 선긋기 공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아내, 내 딸, 내 어머니는 성스럽고 그 이외의 자기보다 낮은 지위의 여자들은 모두 성적 대상으로 함부로 해도 된다는 나름의 합리화 같은 것.

과연 매춘을 일삼고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 하는 남자들이, 그런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 찌든 인간들이 정신대를 차출해 집단 성폭행을 일삼아 온 일본 군인들과 정부를 욕할 자격이 있을까. 일본이 아닌 우리가 제국주의의 앞잡이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똑같은 짓을 했을 것이다. 지금 한국 남자들이 동남아로 섹스 관광을 떠나거나 혹은 그곳에서 만난 여자와 동거를 하다 헌신짝처럼 버리고 오는 것을 보면 입장이 바뀌었을 때 우리나라 남자들도 결국 똑같은 짓을 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짐승과 짐승 사이에도 선을 긋는다. 집에서 키우며 물고 빨고 온갖 사랑을 쏟는 짐승과 맛있게 먹을 짐승으로 나눈다. 그나마 반려 동물로 함께 사는 짐승들이 있기에 그들을 생산한 번식견의 고통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의 생명권과 복지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반면에 소, 돼지, 닭, 오리와 같이 단지 한 접시의 고기로 취급받는 존재들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그들은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들은 갇혀 지내고 끊임없이 번식을 강요받아도 고통을 모르는 존재로 치부해 버린다. 그들도 생명이라는 것을 무시한다. 깊게 그어놓은 선 밖의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 밖의 짐승들에 대해 인간은 공평하게 잔인하다. 하지만 특히 암컷들에게 잔인하다. 결국 짐승들을 공장 식 틀에 가두어 감금하고 학대하는 것은 큰 테두리로 보았을 때 또 하나의 여성에 대한 잔혹사인 것이다.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강요받다 더 이상 생산을 못 하는 상태가 되면 햄버거 패티나 피자의 고기로 도축당해 팔려나가는 암컷들. 이처럼 잔혹한 처사가 어디 있을까.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소름끼치도록 잔인하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억압과 학대의 이면에는 강자 논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강자의 자리에 서는 순간 다 같은 모습으로 돌변하고 만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 짐승에 대한 인간들의 불감증. 이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세상의 가장 낮은 자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가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이다.

함께 가자,
여권과 함께 생명권을 향해!

 

박정애  boc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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