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이지완] 당신들이 떠나고 두 번째 봄이 왔던 때에 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었다. 그날 나는 독일 돼지고기 요리 학센을 먹었고 과일향이 나는 맥주를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으로 향했다. 30일간의 여행이 모두 끝나가는 때였다. 종교는 없었지만 이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얘기를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었다.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의 날짜가 4월 16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초를 하나 사서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상 앞으로 갔다. 불을 피우고 고개를 숙였는데 갑자기 눈물이 툭 떨어졌다. 혼자서 마신 맥주 때문인 건가.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면서 결국 터져 나온 흐느낌과 함께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도망치고 모르는 어른은 되지 않겠다고. 당신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겠다고.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픽사베이

올해는 당신들이 떠난 후의 네 번째 봄이다. 4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무작정 화만 내고 소리를 지르던 대학생에서 사회에 발을 살짝 디딘 어른이 되었다. 출근할 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가끔씩 광장에 있는 노란리본을 멍하니 바라봤다.

퇴근을 하고 당신들을 만나러 갔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울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교복을 입고 있는 너를, 활짝 웃고 있는 당신을, 예쁘게 사진을 찍으려는 듯 손으로 꽃받침을 한 너를 보니. 결국 난 또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울고 말았다. 나는 직장인이 되었는데 당신은 여전히 그 모습이었다.

거칠어진 숨을 고르려 천천히 광장을 걸었다. 노란 불빛의 전시장과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과 청와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란 불빛을 뿜는 전시장을 빼곡하게 감아 돌고 있었다. 한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 딸과의 첫 만남을 ‘작은 우주 만난 때’라고 말하고 있었다. 2.23킬로의 작은 우주.

떠나 버린 하나의 우주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 우주에 견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신의 우주가 외롭지 않게 내 우주를 점점 크게 키워 너를 만나러 갈 것이다. 다행이 나는 어른이 되었다. 좋은 어른이 되어 가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내년에 또 인사를 하러 갈 생각이다. 한 번의 봄을 더 견뎌낸 어른으로 사진 속의 모습은 그대로인 당신들에게 매해 새롭게 다가오는 봄에 대해서 알려주려고. 올해는 미세먼지가 더 심해졌어요, 벚꽃이 폈는데 너무 추워서 그런 지 활짝 안 피었어요, 그런 소소한 말들을 전하며 안부를 묻기 위해 계속 기억하고 인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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