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출신 사장 취임에 불안

하성용 전 KAI 사장이 2013년 취임 한 달 전 내부고발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검찰에 출석하는 하 전 사장(오른쪽)ⓒ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재판에서 2013년 하성용 사장 취임 직전 일부 직원들이 국세청에 투서를 넣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제21부(조의연 재판장)는 지난 27일 KAI 경영 비리 재판 1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는 하 전 사장과 이동신 전무다. 증인으론 문 모 KAI 과장, 문 모 비서, 성 모 전 KAI 경영지원실장이 나왔다. 피고들도 증인신문을 받았다.

이 전무는 “하 전 사장 취임 한 달 전(2013년 4월) 삼성 출신 직원들이 국세청에 (비자금과 횡령 등을) 내부고발했다”고 했다.

KAI는 1999년 삼성항공우주산업,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합쳐진 회사다. 하 전 사장은 대우중공업 출신이다. 대우 출신 사장이 탄생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일부 직원들이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공판의 쟁점인 KAI 비자금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검찰은 2006~2008년 환율조작과 상품권 깡으로 KAI에서 비자금 13억4000만여원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 시기 정해주 전 사장이 KAI를 이끌었다. 하 전 사장은 경영관리본부장, 이 전무는 재무실장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사장은 이 전무가 정 전 사장에게 비자금을 줬다고 했다. 이 전무는 비자금이 하 전 사장에게 갔다고 했다.

이 전무는 “국세청 세무조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제가 하 전 사장과 비자금의 연관성을 부인했다”며 “이후 계속 하 전 사장이 비자금과 무관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난 10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무가 감사원 감사에서 비자금 조성 원인을 정 전 사장에게 돌리면서 하 전 사장을 보호했다고 했다. 이 전무 본인도 검찰 지적을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이 전무는 환율조작을 통한 외화 매각으로 비자금 10억4000만여원을 마련했다고 했다. 다만 상품권 깡 2억3000만여원은 모두 자신이 한 게 아닌데 검찰 수사 조기 종결을 위해 뒤집어썼다고 했다.

그는 비자금 규모가 커진 경위도 말했다. 이 전무는 “처음엔 (정 전 사장이나 하 전 사장이) 가지급금 일부만 썼지만 갈수록 액수가 늘어나 외화 매각이나 상품권 깡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 전 사장이 (비자금) 필요하다고 했다”고 했다.

이 전무에 앞서 변호인 측 증인으로 문 과장, 문 비서, 성 전 실장이 증인신문을 받았다. 2006~2008년 문 과장은 시재 관리를 맡았다. 문 비서는 정 전 사장을 수행했다. 성 전 실장은 상품권 구매를 담당한 인사팀을 지휘했다.

문 과장은 “정 전 사장의 경조사비는 문 비서가, 다른 돈은 이 전무가 제게서 받아갔다”며 “하 전 사장도 직접 돈을 받아간 적이 몇 번 있다”고 했다.

검찰은 “실제 돈 나간 날짜와 전표에 기록된 날짜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문 과장은 “연초에 하는 회계 감사를 대비해 수치를 인위적으로 맞춘 것”이라고 했다.

문 비서는 “제가 정 전 사장이 경조사비, 직원 격려금 등으로 쓸 현금을 문 과장에게서 받았다”며 “액수는 100만원이 넘지 않았다. (100만원 이상으로 보이는) 해외출장 시 에이전트에게 주는 달러는 제 업무가 아니었다”고 했다.

성 전 실장은 “상품권 구매량은 경영지원실장인 제가 정했다.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나눠준 건 인사팀이 했다”며 “경영지원실에서 상품권 깡을 하지 않았다. 하 전 사장이나 이 전무가 상품권 깡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1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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