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늘의 하프타임 단상3]

[오피니언타임스=최하늘] ‘언제까지 일을 해야하지? 왜 일을 하지? 무슨 일이 좋을까?’ 인생의 하프타임에 내가 풀어내야할 명제다.

이른바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은퇴이후의 삶을 대변하는 키워드도 변했다. 쉼(Relax, Rest)이 자리하던 곳에 일(Walk, Work)이 들어섰다. 그래서 이젠 나이든 이를 지칭하는 노인을 한자로 쓸 때 老人이 아닌 勞人이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 우연히 한 케이블TV에서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강의를 접했다. 99세의 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건강과 열정이 놀라웠다. 곧바로 그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를 인터넷 주문해 읽어보았다. 고령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부러워할만한 요소를 갖춘 삶의 비결이 궁금해서였다. 일에 대한 그의 좋은 가치관과 태도가 성공적 인생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도 젊어서는 처자식 먹여살리기 위한 돈벌이로 일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일의 가치에 더 우선순위를 두게 됐다. 지금도 그가 일을 계속하는 것은 사회와 이웃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교수는 인생에서 60~75세 시절이 제일 좋더라며 자신과 친구들을 예로 든다. 그러면서 60대에 꼭 해야할 것 세가지를 꼽았다. “공부(독서)하라. 취미생활을 시작하라. 무조건 일해라.”가 그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니 그의 말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그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기에 건강과 행복을 그처럼 잘 지켜내는게 가능했을 터이다. 그의 조언처럼 일은 할 수 있는 한 나이 먹어서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생 후반전을 잘 살아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로 흔히 돈 건강 일 여가 친구 등을 꼽는다. 그 중에서도 일은 돈뿐 아니라 건강 여가 친구 등 나머지 필수요소들을 채우는데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픽사베이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사는게 좋을까? 이젠 ‘더 높이,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다. 일하는 게 놀이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인생의 남은 때를 그런 일을 하다 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 우리 세대 대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일에 매달려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가족관계를 비롯한 많은 관계에서 큰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후반전에는 더 이상 일로 인해 인간관계가 깨지거나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노동시장에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일컫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화두로 떠오른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것이 직업을 택하는데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 뭘 하고 싶은데?’라고 질문한다면 지금으로서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백지로 비워두고 싶다. 그 위에 무슨 그림을 그려갈지는 나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가슴을 뛰게 한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흥분감이다. 어떤 선배는 내게 진정 애정을 갖고 조언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한다고. 그렇지만 한번뿐인 인생인데, 내가 지나온 익숙한 길도 좋지만 새로움과 모험이 있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다. 생명을 살리고 사람들을 화평케하는 일을 찾고 싶다. 바이블에 이런 유명한 구절이 있다. ‘너희는 지난날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다.’ 과거에 붙잡혀 있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야 기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쉽게 생각하진 않는다. 익숙한 모든것을 내려놓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데는 많은 용기와 인내가, 기다림이 요구된다. 당분간 내가 보내게될 시간들은 어쩌면 무모하거나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쯤 뛰어다니다 보면 비를 예고하는 손바닥만한 구름조각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지난날 나는 30년 일하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무려 20년 가까이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이제 10~15년 내가 즐거워할 일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1~2년정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강하고 담대하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자신을 격려한다. 어릴적 읽은 헤르만 헤세가 떠오는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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