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사진@권혁찬

출근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막 타려는 순간, 한 청년과 어깨를 부딪쳤습니다.

주춤하고 비켜서는데 청년이 ‘죄송합니다~’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입니다. 또렷한 말씨에 예의바름까지 묻어나고...

‘붐비는 곳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나저나 요새도 저렇게 깍듯한 청년이 있네~’하며 지나치려다 그 청년을 봤습니다.

그의 손엔 나의 예상(스마트폰)과 달리 작은 수첩이 하나 들려 있습니다. 조금 전 부딪쳤을 때도 청년은 손수첩을 들고 있던 게 분명했습니다.

그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도 손수첩을 봐가며 손가락으로 수첩 위에 무언가 열심히 써봅니다. 하나라도 더 외우려는, 열공모드였습니다.

‘개용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이 흔했던 시절 영어 단어장을 들고 공부하던 범생이!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흐뭇했습니다. 스몸비(Smombie·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무리 속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본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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