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뉴욕 여행 중 찾았던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의 하이라인파크에는 봄맞이가 한창이었다. 지난 4월 말, ‘2018 봄’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는 남단 입구 쪽으로 새 모종을 심고 다듬는 관리인의 손길이 분주했다. 행인 중 몇은 쪼그리고 앉아 신록의 정원에서 노랑, 흰 꽃망울을 터트리는 키 작은 봄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구간 별로 관목, 다년생 식물이며 각양각색 계절 꽃들을 만나는 원예 체험, 생태 탐험이야말로 사계절 하이라인파크 나들이가 흥미로운 이유이리라.

하이라인파크는 용도 폐기된 고가 철로를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도시 재생의 성공사례. 마천루의 도시 맨해튼의 명소가 된 ‘공중 정원’, ‘고가 쉼터’다.

지상 4,5층 높이의 공원에서 뉴요커와 관광객은 한가롭게 거닐거나, 잔디 광장의 벤치나 야외 극장같은 계단식 데크에 앉아 휴식을 즐겼다. 야외 피크닉 중 샌드위치를 꺼내 먹는 한 무리의 어린이, 둥글게 모여 앉아 고가 철로였던 공원의 옛날 사진을 꺼내든 교사의 설명을 귀담아 듣는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맨해튼 ‘철로공원’ 하이라인파크에서 시민들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이라인파크는 용도 폐기된 고가 철로를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도시 재생의 성공사례다. ©신세미

하이라인파크는 맨해튼 11번가 갱스부르부터 미드타운 34번가의 자비츠컨벤션센터까지 22개 블록에 걸쳐 전체 길이가 2.33km에 이른다. 공원은 공중의 산책로만은 아니었다. 전 구간에 걸쳐 10여 곳에 이르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통행이 수월해, 코스는 이용자 별로 정하기 나름이었다. ‘짧은 휴식 VS 느긋한 피크닉’부터 ‘공원 제대로 즐기기 VS 인근의 미각 기행 혹은 쇼핑’까지.

첼시 지역의 휘트니미술관과 인접한 계단을 통해 올라가니 난간 아래로 옛 과자 공장에 들어선 ‘맛집 명소’ 첼시마켓이며 유명브랜드 상점이 밀집한 패션가가 바로 이웃. 또 도로에 나부끼는 깃발은 ‘페이스 갤러리 데이비드 호크니 전’ 등 첼시 화랑가의 전시 정보를 전했다.

공원은 곳곳에 벽화 입간판 영상 설치 형태의 미술작품이 들어서 있는 야외 전시장이자, 남녀노소에게 열려 있는 퍼포먼스 음악 무용의 문화 공간이었다. 30~34번가의 공원 북단은 서쪽으로 허드슨강, 미드타운의 고층빌딩이며 그 때 그 시절의 철로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위치였다.

하이라인파크는 원래 맨해튼의 ‘웨스트사이드 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1934년 신설된 고가 화물 철로였다. 그러나 도로 교통의 발달로 철도 운송이 쇠락하고 1980년 철도 운행 중단이후 20 년 여 잡초가 무성한 채 버려져 있었다.

폐기 직전이던 고가 철로는 1999년 뉴욕시와 시민단체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함께 추진한 공원 프로젝트를 통해 2009년 ‘보행자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역사적인 철도와 생태 환경을 최대한 살려 한때 도시 흉물이던 공간은 500 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대규모 혁신이 이뤄졌다.

©신세미

공중 공원은 맛과 멋의 명소와 이어지는 녹지 쉼터이면서 맨해튼 마천루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건축 투어의 현장으로도 한몫 하고 있다. 대형 광고간판 너머 멀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특유의 곡선을 연출한 럭셔리 콘도 건물을 비롯, 유리 강철 소재의 주변 건축을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고층 빌딩의 반투명 외벽에 투영된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옆 빌딩의 이미지도 하이라인파크에서 만나게 되는 특별한 풍경이다.

하이라인파크는 19세기 중후반 맨해튼에 들어선 센트럴파크와 더불어 이제 뉴욕의 상징,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로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회가 되면 하이라인파크 프로젝트의 모델이 됐다는 프랑스 파리 12구의 ‘프롬나드 플랑테’도 찾아보고 싶다. ‘푸른 나무와 식물로 조성된 산책길’이라는 의미의 ‘프롬나드 플랑테’는 용도 폐기된 고가 철도를 리모델링한 첫 ‘공중 정원’이다.

이 곳도 19세기 중반이후 1969년까지 110년간 파리 동부를 관통하는 철길이었다. 20년여 열차 운행이 중단됐던 고가 철도는 1980년대 중반 파리의 도심 산책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1993년 4.7km 길이의 공중 정원으로 탈바꿈했단다. 상부의 산책로 공원 아래로 아치 형태의 붉은 벽돌 공간에 아틀리에, 카페 등 문화 예술과 상업 공간을 갖췄다.

이번 주말, 뉴욕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했다는 서울역 주변의 ‘서울로 7017’부터 찾아가 봐야겠다. 과연 도심의 고가 정원이 옛 도로를 되살리며 서울 시민의 쉼터이자 문화 공간으로서 한몫하고 있는지…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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