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어느 나라건 국가지도자가 국민과 어떻게 소통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거침없는 발언과 생각을 연일 수차례씩 트윗으로 수천만 명의 팔로워에게 쏟아내어 참모진을 좌불안석하게 만드는 국가 지도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면 대통령이 소위 담화문이라 하여 해명할건 해명하고 전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장소의 벽이나 게시판에 붙어있던 그런 담화문이나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전 국민을 뜻하는 단어로 한 동안 ‘군 관 민’이라는 표현이 쓰였다가 ‘민 관 군’으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군부세력의 영향력이 크던 정치권에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생긴 당연한 결과임에 틀림없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화나 산업화 과정에서 서구문물이나 제도를 먼저 받아들인 조직이 아마 군대조직과 관료조직이 아닌가 한다. 해방 이후 미군정을 거치고 국군이 자리 잡는 초기부터 미군의 지원과 교육에 기초하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결과이다. 민간분야의 경영이나 관리의 기법이 군대와 유사한 점이 많고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인력이 민간분야에 적다보니 우수한 인력이 군 조직이나 관료조직에서 민간분야로 진출할 기회도 자연스레 생겨났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며 고등교육이 크게 확대되면서 민간분야의 인재풀이 질적이나 양적으로 발전하였다.

금융권을 나누는 말로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이란 분류가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다. 은행을 제1금융권 그리고 증권 보험등 기타의 금융회사를 총칭하여 제2금융권이라 부른다.

그런데 제1금융권에서는 제2금융권을 낮추어 보는 분위기가 이어져 제2금융권으로의 이직을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으로 보기도 했다.

2000년 다니던 캐나다은행이 철수하며 시중은행과 자산관리공사 양쪽에서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선배를 만나 조언을 구했더니 한번 제2금융권으로 내려가면 다시는 제1금융권으로 올라오기 힘들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픽사베이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대세가 되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융그룹들은 지주회사체제를 갖추고 있다.

최근 정렬을 가다듬은 KB가 선두로 치고나가며 신한과 하나와의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내의 역학을 들여다보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은행이 금융지주의 중심이 돼서 주인노릇하며 증권 보험 등 비은행관계회사의 CEO 자리나 주요임원자리까지 은행출신들에게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걸로 여겨지는 풍토다.

캐나다 로얄은행은 1988년 당시 캐나다 최대의 증권회사인 도미니언 시큐리티즈의 지분 67퍼센트를 인수하고 이어 나머지 지분도 전부 인수하여 1996년 100%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런데 몇년 후인 1990년대 말 피인수된 증권회사출신 임원을 그룹전체 CEO로 선임하여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상업은행출신은 안정적인 영업환경에서 관리를 잘하는 데 더 적합하나, 투자은행출신은 변화무쌍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환경을 헤쳐 나가는 데 더 적합한 특징을 갖고 있다. 상업은행출신을 농경민에 비한다면 투자은행출신은 유목민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그룹 CEO의 시각으로 은행 업무를 일찌감치 재편성한 캐나다은행은 그 후 닥친 국제금융위기에서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고 건전성을 유지했다.

인력이나 인재를 중용하는데 있어서도 어디 힘있는 조직출신이냐에 따른 결정을 버릴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훈련되고 경험을 쌓은 전문 고급인력이 공공부문이나 제1금융권에 국한되었던 시절은 지나갔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잡하고 전문성이 날로 높아가는 민간분야나 비은행업무에서 필요한 역량은 정부나 은행권에서 쌓은 역량과 다르기 쉽다. 그럼에도 정부출신이나 제1 금융권출신이라는 이유로 민간분야나 제2금융권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관행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시대착오적인 관행이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는데 지각이 변하여 하류가 높아져 물이 하류로 흐르지 않는데도 준설을 하지 않고 바가지로 퍼서 물을 하류로 보내는 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정부기관들이나 제1금융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기조직 출신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조직 이기주의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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