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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축제[심규진의 청춘사유]
심규진 | 승인 2018.05.11 11:26

[논객닷컴=심규진] 일회용 밥그릇에 소복이 담긴 쌀밥. 빼놓을 수 없는 편육 한 접시와 인절미. 그리고 지역과 장소에 따라 육개장이나 쇠고기뭇국이 등장한다. 장례식장 밥상은 단조롭지만 풍성하다. 배고프지 않아도 손이 가며 고인(故人)을 기리며 술도 한 잔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곳에는 고인의 손님도 있지만 유가족의 지인도 있다. 슬픔은 남은 자들의 몫이기에 평소 왕래가 있던 지인들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얼굴을 내민다. 정성이 담긴 봉투는 유가족의 가슴을 쓸어내린다. 빈소는 24시간 운영되고 상주들은 번갈아가며 눈을 부친다. 애잔하지만 왁자지껄한 장례식장에서 슬픔은 승화되어 기쁨이 되고 기쁨은 발효되어 통곡의 소리로 퍼져나간다. 고인은 말이 없지만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으리. 누가 오고 누가 가고. 누가 울고 누가 웃고.

눈을 감아 상상해본다. 내 장례식장에는 누가 올까. 나의 죽음 앞에 그들은 무슨 말을 건넬까. 그래도 사람이 많다면 좋겠지. 그래도 함께 일한 동료들이 온다면 기쁘겠지. 그래도 누군가 펑펑 울어준다면 마음이 따뜻해지겠지. 눈에 그려지는 모습이 슬프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나를 위해 많은 이들이 발걸음 해준다면 이보다 더 큰 축제가 또 있을까.

죽기 전 나의 장례식을 직접 기획할 수 있다면 화한은 정중히 거절하려 한다. 그 돈을 보태어 부의금으로 전달해준다면 남은 식구들이 더 유용하게 쓸 것 같다. 그리고 장례 음식으로 라면(국물라면, 자장라면, 비빔라면 등 모든 종류 구비)이 꼭 있으면 좋겠다. 고인이 평소에 즐겨 먹던 음식을 방문객들이 함께 먹어준다면 상상만 해도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술은 소주 대신 와인이 놓여있으면 좋겠다. 살아생전 와인을 여유롭게 먹을 처지가 아니었던지라 방문객들이 내 몫까지 한 번에 음미해준다면 참 좋겠다. 그것도 이탈리아 태생 와인으로. 마지막으로 상호간의 인사는 절 대신 악수와 포옹으로 대체했으면 좋겠다. 동성간에는 포옹, 이성간에는 악수. 그리고 나에게는 환한 미소 한 번.

누군가는 유별나다고 손가락질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웰 다잉 십계명의 다섯 번째가 장례계획 세우기이며 한국죽음학회에서도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죽는 것도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다. 이 땅에 뿌리내린 오만가지 욕심을 거두고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만큼만 사명을 다해 살다가 아름다운 축제로 마무리하는 삶을 꿈꿔보자.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죽음 앞에 눈물은 사치가 되어버린다.

당신은 어떤 죽음을 꿈꾸고 있는가. 

 심규진

 한양대학교 교육공학 박사과정

 청년창업가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컨설턴트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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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진  zilso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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