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결정, 양국 간 역사적 대립에 기름 부운 격
미 탈퇴 결정에 고무된 이스라엘, 좀더 대담한 이란 공격에 나설 전망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 시리아 내 이란의 군사시설 대부분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에 따르면 28대의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공습에 나서 60기의 공대지 미사일들을 시리아 내 이란 군사시설을 향해 발사했다. 이스라엘로부터 10기 이상의 지대지 미사일들도 직접 시리아를 향해 발사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9일 밤 시리아 남부 군시설로부터 골란고원을 겨냥해 20기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직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직접 무력충돌은 아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후 1981년 강제합병한 골란고원을 겨냥했다. 강제합병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아직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내세운 대리인 간 충돌 양상에 머물고 있지만 곧 양측 간 정면 무력충돌로 격화될 것이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상공으로 미사일이 쏘아올려지고 있다. ©시리아중앙군미디어(SCMM)

지난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생한 이후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진출한 이란 군사시설을 겨냥해 100차례가 넘는 공습을 가했다. 이란이 시리아 내에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란이 시리아에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군사적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시리아 내 이란 군사시설들을 용인할 경우 이스라엘은 남부에선 레바논 헤즈볼라로부터의 공격과 북부에선 시리아로부터의 공격이라는 2중의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만 한다. 이란군의 시리아 진출을 이스라엘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만큼 유대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적대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하루이틀 된 문제는 아니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다만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군사적 진출이 점점 강화되고 이스라엘의 경각심도 계속 커지면서 올해 들어 이스라엘의 공격 강도가 과거에 비해 한층 높아졌다. 지난달 홈스의 공군기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인 민병대원 다수가 사망하는 등 시리아에 진출한 이란 무장세력의 희생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 밤 골란고원에 미사일 공격이 가해진 것처럼 이란측의 보복과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양측 간 무력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 양측 모두 충돌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내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3가지 계산에 따른 것이다. 첫째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자제시키지 않을 경우 시리아 정부도 위험해질 것이란 경고를 보낸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들을 공격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시리아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이스라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군사적 충돌보다는 외교적 해결책을 선호한다는 계산 아래 러시아와의 조율을 거쳐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수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한 것이 불에 기름을 분 격으로 양국 간 충돌 위험성을 한층 높이게 됐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에 고무받아 이란을 겨냥한 공격에 대담하게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방조 내지는 묵인 아래 이란을 겨냥한 공격에 좀 더 많이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비그도르 이란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에 비가 온다면 그들은 홍수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누구든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그 몇배로 보복할 것이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면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레바논과 이라크, 시리아, 예멘, 바레인 등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레바논 선거에서 친이란 헤즈볼라의 세력이 강화된데 이어 12일 이라크 총선에서도 친이란 세력들이 약진했다. 그만큼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들과 이스라엘 간 충돌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란이나 이스라엘 모두 지금 당장 양국 간 직접 전면 충돌은 피하려 하고 있다. 충돌이 빚어지면 이스라엘의 막강한 공군력과 이란 및 그 대리 세력들 간의 미사일 대결이 될 것인데 이란으로서는 전면 충돌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 이뤄온 군사적 성과들을 한꺼번에 모두 상실할 수 있다. 리베르만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누구도 상황이 격화돼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은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문제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이란에 대한 봉쇄 강화 및 체제 변혁에까지 나서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이란이 판단할 때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에 이란이 보복을 모색하고 이란에 동조하는 대리 세력이 이스라엘이나 유대 기구를 겨냥해 테러라도 벌일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전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안전을 추구하던 전 미 대통령들과 달리 위험부담이 높더라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거래를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대담한 행동을 먼저 생각하지 그것이 실패했을 때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담한 행동들이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으며 그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심각한 반작용이 발생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그에 따른 중동 지역에서의 새로운 긴장 고조도 트럼프가 초래한 심각한 부작용으로 남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지우기 힘들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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