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서류 읽을 시간도 안주나” 진노

대우건설이 청라 푸르지오 부실시공 소송에서 자료를 늦게 내 곤욕을 치렀다. 사진은 대우건설 본사 입구ⓒ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청라 푸르지오' 부실시공을 둘러싼 소송전을 5년째 치르고 있는 대우건설이 자료 늑장 제출로 혼쭐이 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6민사부(황병하 재판장)는 지난 14일 분양대금 반환 등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원고는 배 모 씨 외 229명, 피고는 대우건설이다.

청라 푸르지오 입주예정자였던 원고들은 2013년 대우건설이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을 저질렀다며 소송을 냈다. 대우건설은 검증 결과 청라 푸르지오 시공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지난 14일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시작하자마자 대우건설 대리인을 질책했다. 이날 점심 무렵에야 대우건설 대리인이 서증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서다. 황 재판장은 “재판부와 원고가 서류를 읽을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민사소송을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대우건설 대리인은 “구두변론 자료를 준비했다”고 했다. 황 재판장은 “(문서 없이) 말로 하면 나중에 재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고 측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서류도 보내지 않고 말로 하겠다면 뭐가 남나.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인가”라고도 했다.

대우건설 대리인은 “1심에서 다 나왔던 얘기라고 생각한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황 재판장은 “2심에선 서류 정리할 필요도 없나”며 “피고가 문서를 내야 원고도 반박할 거 아닌가”라고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우건설 대리인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다 황 재판장에게 “왜 미리 허락을 받지 않았나. 법정이 피고 소유물이냐”라는 꾸중도 들었다.

원고 측도 황 재판장의 노기를 피하지 못했다. 황 재판장은 “원고는 1심에서 감정을 채택했음에도 비용을 내지 않았다”며 “4년이나 이어진 1심 내내 이 문제를 방치하다가 2심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감정을 신청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원고 대리인에게 “소송은 해보고 마는 게 아니다”며 “진지하게 하라”고도 했다.

아울러 황 재판장은 방청석을 메운 원고 중 일부가 피고 측 변론을 비웃자 “법정은 집회, 시위하는 곳이 아니다”며 “자기 의견이 소중하면 상대방 말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힐책했다.

황 재판장은 원고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원고들은 청라 푸르지오 분양 계약을 해지당했기 때문에 집합건물법 상 시공사가 담보책임을 지는 구분소유자일 수 없다. 그는 “구분소유자도 아닌 원고들이 무슨 손해를 입었다는 건지 정리하라”고 했다.

이어 황 재판장은 원·피고 모두 단정한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피고 대리인들이 재판을 끌지 않고 핵심 쟁점을 제대로 논의해야 올바르게 사건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황 재판장은 “피고는 유의하라. 판사도 사람인데 한 달 가까이 안 내다가 재판 당일 점심때 제출하는 건 법원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재판부도, 원고도 피고 주장을 담은 서류를 보고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달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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