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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벚꽃 한 잎[김우성의 일기장]
김우성 | 승인 2018.05.16 09:11

[논객닷컴=김우성] 신록의 계절, 5월이다. 가로수의 나뭇가지가 녹색 잎으로 우거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하지만 지금과 다르게 한 달 전에는 나뭇가지에 벚꽃이 피어있었다. 봄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벚꽃의 향연에 상춘객의 가슴은 두근두근. 여의도 벚꽃축제, 진해 군항제를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벚꽃을 테마로 한 축제가 한창이었고, 관광객은 활짝 웃으면서 사진을 찍기 바빴다. 매년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따스한 봄이 찾아올 무렵이면 볼 수 있는 풍경. 올해도 벚꽃은 우리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매년 그랬듯,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은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 한동안 나뭇가지를 하얗게 수놓은 채 춤을 추던 꽃잎들은 하나둘씩 힘을 잃고 스러져갔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는데 가슴 한 구석이 아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을 더 오래 보고 싶고 곁에 두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눈치 못 챘는지,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시간을 넉넉히 주지 않고 금세 떠나버린 꽃잎들이 서운할 따름이다. 아쉬움을 가득 남긴 꽃잎과의 이별, 참 힘들다.

비단 꽃잎뿐일까.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무언가를 떠나보낼 때, 잃을 때, 포기해야 할 때는 늘 속상하다. 꽃잎 하나를 떠나보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꽃잎보다 더 소중한 대상과 이별할 때는 얼마나 착잡할까.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혹은 간절한 꿈에게 태연하게 손을 흔들고 뒤돌아서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으리라.

©픽사베이

지구촌 축제,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꿈의 무대. 4년 만에 또다시 참가하는 선수들이나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이나 설레는 심정은 마찬가지일 테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러시아 땅을 밟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이라고 월드컵을 꿈꾸지 않았을까. 그들이라고 간절하지 않았을까. 분명 그렇지 않았을 텐데... 세계적인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선수들은 씁쓸한 기분을 훌훌 털어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월드컵 무대에 서는 선수들이라고 참가만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16강, 8강 진출과 같은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항상 승리만 하는 경우는 없는 법. 실력과 운에 따라서 때로는 패배의 쓴맛을 맛보기도 하는 게 스포츠니까.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가 생각난다. 당시 경기가 끝나고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이천수 선수는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펑펑 흘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벨기에와의 경기 종료 후, 16강 진출 가능성이 물거품이 되자 손흥민 선수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꿈이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놓치고 싶지 않았던 16강 진출의 꿈. 그것이 그들에게는 떠나보내기 싫은 벚꽃잎과 같았나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가슴 한 구석에는 벚꽃 한 잎이 피어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월드컵 대표팀 발탁이거나 16강 진출인 것처럼, 누구든지 소중한 무언가,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다. 저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꽃잎의 크기와 모양, 색깔은 다 다르다. 그리고 일정 시기가 되면 꽃잎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는 경우,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 원하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처럼 다양하다.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간절한 꿈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인지상정. 소중한 대상을 곁에 두고 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지만, 반대로 그것을 떠나보낼 때는 세상을 다 잃은 듯 착잡하다. 벚꽃을 가까이 두고 오래 감상하고 싶은 소망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그리고 바람결에 벚꽃잎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녹색 잎사귀들에게 왕좌를 내준 벚꽃잎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릴 적 꿈, 절실한 목표, 사랑하던 친구과 연인, 그리고 추억을 공유했던 이웃들... 그들도 모두 어디로 갔을까.

꽃잎아, 나는 너를 충분히 눈에 담지 못했는데, 멋진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벌써 이렇게 떠나버리면 어떡하니. 너를 붙잡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너는 나의 곁을 급히 떠났구나.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았을 걸. 너와 함께했던 그 순간, 행복했던 그 시간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참 좋았을 텐데. 다음에 또 만나면 그 때는 조금만 더 오래 내 곁에 있어 줄래? 이별의 아픔? 그건 나중에 생각할게. 하루 종일 너만 생각하고 열심히 사랑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니까. 네가 선물해준 행복만으로도 이미 벅차니까.

 

 김우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안보전공 학사과정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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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kws3f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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