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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와 산책을...
곽진학 전 서울신문 전무 | 승인 2018.05.16 11:23
조이@ 곽진학

[논객닷컴 기고=곽진학 전 서울신문 전무]  조이는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다. ​딸이 상하이에서 살다 오면서 데리고 왔다.

​길가에서 해산(解産)하고 있던 개를 발견한 어느 착한 분이 동물병원에서 무사히 출산시킨 뒤 딸에게 키워보라며 ‘억지로’(?) 맡긴 강아지이다.

​아내는 물론 나도 강아지는 내키지 않아 그곳에 두고 오길 바랐지만, 손자들이 울고불고하여 데리고 왔을 것 같아 싫은 내색을 차마 하지 못했다.

환경이 낯설어 오자마자 여기저기 배변을 하며 무척 성가시게 하였으나 여섯달이 막 지난 강아지가 낯선 이국 땅에서 겪어야 할 이민 생활의 설움에 오히려 내 가슴이 더 아팠다.

​동네 앞산을 날마다 다니는 터라 친구삼아 같이 다니기로 하고 무심코 둘이서 집을 나서려는데 집안에만 갇혀 지내던 탓에 계단에서 부터 꼼짝도 않고 버티는 항거(抗擧)에 어쩔 수없이 품에 안고 시작했다. 그 화려한 외출이 벌써 넉달이 지났다. 횡단보도에선 ​차들이 무서워 부들부들 떨기도 해 하도 안쓰러워 “놀라지말라, 담대하라, 두려워 하지 말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녹색 신호등이 켜져야 건너 갈 정도가 됐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산을 오르내릴 때면 우측통행을 하기도 하고 볼 일도 으슥한, 일정한 장소에서만 가려서 본다. 꽃을 보며 냄새를 맡고 마냥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하고, 동료들을 만나면 반가워서 꼬리를 치며 흥분하기도 한다.

​조이의 이런 질서정연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삶의 모습을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과연 인간이 만물의 척도일까?

벌써 꽃잎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봄은 만물을 소생케 한다지만 그 대상에 인간은 빠져 있다.

​봄이 오면 산과 들의 나무와 잎은 부활의 모습으로 새롭게 중생(重生)하건만 인간은 어째서 지난 겨울의 가슴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는 “신발을 벗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당시 유목민의 재산목록 1호인 신발을 벗으라는 뜻은 모세의 오래된 자아를 포기하고,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신으로 부터 벗어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예수님이 외롭게 처절한 고통의 삶으로 답했던 그 삶도, 절망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실존과 대면하고 내적 자유를 찾아 나서기를 바라는 또 하나의 명령이 아니겠는가?

​무한경쟁, 이익의 극대화는 선과 악,우리와 적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 사고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논리가 사물이나 사건을 왜곡하여 결국 비참한 파괴와 참담한 결과를 가져다 줬음을, 우리는 경험해 왔지 않은가?

​인간은 아우슈비츠를 만든 존재이자, 또한 의연하게 가스실로 들어가면서 주기도문을 외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오늘 이 세계는 정말 정의롭고, 평화롭고, 풍요로운가?

​빈곤, 무지, 질병, 환경, 부패 이런 문제들에 잘 대처하고, 또 해결하고 있는가?

​지식은 사회의 공공재 의미도 지니고 있다.

​진정한 지식인은 모름지기 자유인이다. 자기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에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더욱이 시대를 비껴가며 살았던 영악한 지식인은 오늘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을 허물고 늦봄이 전하는 바람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진정 우리가 머물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 밖에 없을 것같다.

곽진학 전 서울신문 전무  jinhakkwa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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