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 칼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필자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더 선호한다. 버스와 비교했을 때, 도로의 교통상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도착 시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선지에 따라 종종 버스에 올라타곤 한다.

버스를 탈 때 퍽 자주 마주치는 불가해한 장면이 있다. 두 좌석 중 안쪽 자리에는 자신의 가방을 고이 올려두고, 바깥에 편안히 앉아 심지어 ‘자고 있는’ 사람들.

시민의 발이 되어 주는 버스를 탈 때, 성숙한 민주시민끼리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매너가 있는 법. 바깥에 앉는 것까지는 좋다. (물론 필자는 안쪽부터 앉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한데 가방을 안쪽에 두고 ‘숙면’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애초에 자신보다 뒤에 탈 사람들에 대해 배려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픽사베이

시민A가 단잠을 자고 있을 때, 시민B가 그 안쪽 좌석에 앉기 위해서는 생전 처음 보는 A를 조심스레 깨우고 가방을 치워 달라는 말까지 건네야 한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 그리고 낯선 이에 의해 쪽잠에 방해를 받은 이런 사람들의 반응과 표정은 대개 미안함보다는 짜증에 가까운 경우가 경험적으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예민할 사람일까? 아니면 두 개의 좌석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몇몇 사람들이 매너가 없는 사람들일까? 필자는 대중교통 안에서 동료 시민이 잠시나마 즐기고 있는 소중한 ‘꿀잠’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가방이 있어야 할 곳은 그의 무릎 위 아니면 자리 아래. 자리가 비었을 때 그가 숙면을 취해야 할 곳은 안쪽 자리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의 잠을 깨우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서로 배려하며 버스를 탈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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