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저는... 돈 벌었습니다. 남들 유학가고 해외봉사가고 그러실 때 저는 돈... 벌었습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 속 애라의 아나운서 면접장에서의 대사다. 현실에 치여 살다가 뒤늦게 꿈을 이루기 위해 뛰어들었더니 남들보다 많이 뒤쳐져있다. 그 힘없는 한마디에 많은 시청자들 특히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은 찢어졌다. 면접장을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애라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당장 TV를 끄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랬다.

현재 대한민국의 평균 대학 등록금은 671만원으로 4년간 2684만원에 달한다. 학자금대출이나 생활비대출을 받는 청년은 47만 여명에 육박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때 그 시절처럼 미래의 희망에 부풀어 언제든 빚을 청산하고 스스로 힘으로 빛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70~80년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절대적 부의 수준은 월등히 높아졌고 시스템, 복지, 민주화 정도 모든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다. 선진국 반열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며 국제사회에서 국가로써 소리를 낼 수 있고 공평한 무역 경쟁을 보호 또는 보장받는다. 안보적 위기상황에서도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이고 성공적으로 주최하면서 전 세계에 놀라움을 심어주었다. 현재는 북한과의 대화가 급물살을 타며 국제사회에 아름다운 평화의 노랫소리를 울리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마음만 먹으면 생활에 필요한 돈 정도는 벌 수 있는 시대지만 꿈을 꾸며 살자니 힘든 세상이다. 꿈이라는 달콤한 말보다는 더 나은 더 좋은 직장,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펙 쌓기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기약 없이 투자해야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자격증이며 유학, 토익 등등에 목매며 끝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스틸컷 ©네이버영화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어벤져스3: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스톤으로 1조 4000억 가지의 미래를 내다보았고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미래를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타임스톤이 없으므로 가능한 무한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무엇이 어디에 어떻게 필요할지 몰라 닥치는 대로 이루어 내고 있다. 그들은 눈앞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 당장에 뛰어들어 맞선다. 그리고 전투의 끝에서면 달콤한 승리를 도취할 겨를도 없이 그 다음 전장이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취업으로 가는 끝없는 전쟁을 한 번의 전장으로 끝내는 이들도 있지만 “백세시대 영원한 직장은 없다”라는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짧은 승전보를 울리고 미래의 자신을 위한 끝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대한민국에서 스스로의 미래와 전쟁을 벌일 때 우리는 또 다른 갈등에 휘말린다. 전체와 국가가 먼저였던 시대에 상처받았던 청년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안타까운 청춘들을 구제해보려 여러 정책을 펼쳐보지만 희망찬 미래를 누리고 기득권이 된 이들의 눈에는 그저 온실 속 화초 같은 청년들의 노오오오력의 문제다. 그 어떤 시대보다 노력하며 살아가는 고스펙 화초들은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을 증오하고 세대 간의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일렁이면 청년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을 저울질하며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을 계산해본다. “학자금도 아직인데 통일은 무슨...” 정전 후 최소 40년이 지나서 태어난 청년들은 지금의 상황에 익숙하여 통일을 꼭 이루어야 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대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과 국지도발은 그냥 가끔씩 지나가는 뉴스 중 하나일 뿐이고 최저임금 협상이나 갑질과 같은 사회문제 뉴스에 더 분노하고 놀란다. 청년들 입장에서는 한평생 지속된 평화에 무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미래를 향한 끝없는 전쟁,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과 빚이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선혈이 낭자하고 불길이 치솟는 진짜 전쟁보다 두려운 것이다.

기원전 2333년 고조선에서부터 2018년 대한민국까지 우리의 역사는 끝없는 전쟁이었다. 동서를 불문한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기도 소중한 것들을 빼앗기기도 하고 지키기도 했다. 그리곤 서로 다른 이념을 중심으로 편을 정했고 분단된 한반도는 결국 끔찍하고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 현재까지도 그 전쟁은 정전협정에 의해 잠시 멈춘 것이지 끝난 것이 아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도 한 쪽은 이념을 무기로 개인을 착취하여 정권을 유지하기 급급하고 다른 쪽은 반대정권을 악마로 만들어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사상의 자유를 박탈하고 억압하고 통제하려했다. 그 말도 안 되는 억제를 바로잡기 위해 민주열사들이 힘을 모았고 그들의 큰 희생위에 민주화의 초석이 세워졌다. 한반도는 외세에 맞서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끝없이 싸우며 달려왔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를 반으로 가르고 벌이던 지긋지긋한 싸움이 끝이 날 희망이 생겼다.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미국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기분 좋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We are in the endgame now.”

‘어벤져스3:인피니티 워’의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지막 대사처럼 대한민국의 끝없는 전쟁도 앤드게임에 들어선 것이다. 68년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국전쟁이 끝이 나면 대한민국이 비로소 속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이 끝없는 전쟁이 끝이 나서 평화를 되찾는다면 청년들은 꿈을 펼치고 아이들은 꿈을 기르고 아버지 어머니는 편안히 쉴 수 있는 대한민국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고 나면 한반도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우리에게 끝내야 할 전쟁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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