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잘 돼야 될텐데...”

5공 시절 KBS 유머1번지란 프로에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 코너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코미디언 김형곤씨(회장님 분)가 이 코너에서 유행시켰던 말이죠.

걱정거리라도 생기면 ‘회장님’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잘 돼야 될텐데...”를 독백처럼 내뱉었습니다. 시사풍자 코미디의 전설적인 유행어로 여전히 회자됩니다.

요즘 북핵협상 국면이 이 표현만큼이나 절실해 보입니다.

잘 풀려야 하는데, 일이란 게 그렇듯 잘 안풀릴 수도 있으니까요.  "잘 돼야 될텐테..."하고 기원하지만 잘 안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마음이 이러할 진대 정책당국자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유머 1번지의 인기에 힘입어 1988년 영화로 만들어진 ‘회장님, 우리 회장님’ 스틸컷. ©네이버영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쪽에서 *CVID다, 리비아식 해법이다 등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며 어느 때보다 북핵 강공모드가 고개를 바짝 들고 있고, 북한도 이에 질세라 남북고위급 회담 중지 통보와 기자단 명단접수 거부, 맥스선더 훈련 비난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판깨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기싸움이라는 분석들이 많아 다소 안심이 되긴 하지만, 과거 경험치로 보면 언제 어떻게 바뀔 지 모를 일입니다.

협상이란 게 주고 받는 것이어서 다소간 신경전이 불가피하다해도 작금의 북 반발이 대미 협상용만일까? 일말의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급기야 이를 의식해서인지 “리비아식이 아니다, (북한이)비핵화하면 남한처럼 부자될 수 있다”며 공세를 한단계 누그러뜨렸습니다.

북한 비핵화의 초침은 언제든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쇼’나 금강산 관광중단에서 보듯 협상이 진전돼도 국면국면 난제가 나타납니다. 그런 기시감 탓에 국민들도 “잘 돼야 될텐데...”를 주문외듯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카톡 등 SNS에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환화게 웃으며 손을 맞잡고 치켜든 사진이 돌고 있습니다.  ‘손잡고, 사진찍고, 퍼주고, 뒤통수 맞고. 이쯤되면 정신 차릴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라는 사진설명과 함께...

북핵 협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쪽에서 올렸겠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국민 마음의 한켠을 잘 보여줍니다.  

세번의 남북 정상회담. 이번에야 말로 정말 잘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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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일을 의미하는 말로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파괴(Dismantling)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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