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이찬호 병장은 전신 화상을 입고 10년을 키워온 배우의 꿈을 접었습니다. 여태까지 9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치료의 과정을 견뎠지만, 책임을 지겠다던 정부는 전역후 치료를 해줄 지 불분명해 이 병장은 아직도 전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5월 10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가족을 만난 뒤 텍사스 주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재작년 왼쪽 귀를 잃은 미군 샤미카 버리지를 위해서 미국은 최고 수준의 외과의를 동원해 갈비뼈에서 연골을 채취해, 팔뚝에 귀를 배양해 군인의 귀에 이식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집도의인 존슨 박사는 ‘현역 병사들은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합니다.

미군은 휴가중 상해를 입은 것이지만 우리 장병은 근무중 사고로 다친 것이었습니다.

한 나라에 있어서, 나라를 지키려다 죽거나 다친 군인보다 더 소중한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심한 화상을 입은 장병의 치료를 전액 지원하고, 단순한 화상 치료를 넘어서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찾을 수 있도록 성형수술도 지원을 하고, 아직도 매일밤 폭발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악몽을 매일 꾸고 있을테니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도 지원을 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을 해서 평생 일을 못해도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영내에서 발생한 사고로 승진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장교와 관료들을 대신해 정부가 먼저 나서서 상이군인을 챙겨주시고 군인들의 사기도 증진해 주십시오. 그것이 대통령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나라다운 나라' 아니겠습니까??”

현재 이 청원 글에는 16만5천여명이 서명했습니다.

“잠정적 기계결함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도 K9 자주포 훈련은 계속 강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완전한 진상규명 및 안정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K9 자주포 훈련 전면중단을 요청합니다!  더불어 #명확한 책임소재 규명 및 처벌, 추후 방지대책을 요청합니다! #해당사건 부상자 및 사망자들에게 합당한 처우를 요청합니다!”

또 다른 청원 글입니다.

지난해 8월 사격훈련 중이던 K-9 자주포에서 폭발이 일어나 포 안에 있던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찬호 병장은 당시 상병.

자신을 K-9 자주포 사고부상자라고 밝힌 이찬호씨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현재 군은 k-9 자주포 기계 결함으로 잠정적 수사발표를 한 상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실제 사격을 하고 있으며 훈련을 지속해서 강요받고 있다”며 “참 신기하게도 k-9 자주포를 만드는 한화테크윈은 사고가 나고도 어떠한 보상이나 사과 하나 없이 해외수출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9개월이 지난 지금 후유장해 판정을 받은 상태이며 보호자의 병간호 없이는 씻고 먹고 자는 것 조차도,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상태다. 막상 전역을 하게 되면 한달에 500~700만원 드는 비용을 걱정해야 된다”며 눈물겨운 사연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찬호씨 페이스북 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2017년 8월 18일에 k-9 자주포 사고 (3명 사망 4명부상)부상자 이찬호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습니다.

현재 군은 k-9 자주포 기계결함으로 잠정적 수사발표를 한 상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실제 사격을 하고 있으며 훈련을 지속해서 강요받고 있습니다. (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안전에 보호받지 못한 희생양이자 실험체였습니다.)

분명히 이 사고가 있기 전에도 이런 기계결함 문제는 (2010년, 2016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아닌 듯 지나갔습니다.

왜일까요? 참 신기하게도 k-9 자주포를 만드는 한화 테크윈은 사고가 나고도 어떠한 보상이나 사과 하나 없이 해외수출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1평도 안 되는 그 밀폐된 차가운 철갑 안에서 장약 5호 3개가(성인 키보다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화약) 작렬히 터졌습니다. 40억짜리 40t급 자주포는 허무하게도 날아갔고 그 안에선 불꽃이 휘몰아쳐 극한의 고통이 한계에 도달할 때쯤.... 어떠한 고통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치료 과정 또한 몇번을 기절하면서 생사를 오갔습니다.

플라스틱병 타는 거 보셨습니까? 피부의 형태가 오그라들고 살 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현재 의학적으로도 신체를 복구하기는 어려울뿐더러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제가 짊어지고 살아야 됩니다. 전신 55% 화상,3도 화상이 45%가 넘는 상태. 사고 당시 압력으로 인한 안와분쇄골절. 코와 광대뼈 분쇄골절, 시력저하(2.0-> 0.3↓)와 안구함몰 복시현상. 아직도 남은 수술.....수십차례...꾸준한 정신과 진료와 약물복용. 9개월이 지난 지금 후유장해판정을 받은 상태이며 보호자의 병간호 없이는 씻고 먹고 자는 것 조차도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상태입니다. (친형과 어머니가 간호 중)

손과 큰 관절의 구축으로 인한 자유도 상실, 가만히 서 있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수축된 피부, 답답한 병원생활과 치료과정...저만 아니라 제 가족의 삶의 피폐함, 생계유지비 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막상 전역을 하게 되면 병원비 등 한달에 500~700만원 드는 비용을 걱정해야 됩니다.

1994년에 태어나 중학교 3학년 때 품은 연기자의 꿈. 누구도 말릴 수 없었던 꿈을 먹고사는 청년.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더욱 커진 꿈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나 확고해졌습니다. 대학교도 연극영화과 입학. 모두의 기대와 사랑을 받으며 나날이 꿈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찰나 돌연 꿈 사망........

저는 이 몸을 이끌고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창문을 멍하니 보면서 죽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할까요? 장난치다가 혼자 사고 난 것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대가는 이뿐인가요? 그럼 여러분이라면 군대에 가시겠습니까? 보내시겠습니까?

선진국은 명예롭고 인정을 해주어 훈장을 부여하며 대통령이 먼저 와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보통도 힘든 삶, 최소한의 살아갈 이유라도 얻고자 합니다.

화상으로 인해 평생 지우지 못할 흉터와 정신적 고통,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때의 잔상, 햇빛을 못 보며 아무도 모르게 숨어지내야 하는 현실. 조금의 빛줄기를 받고자 용기를 내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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