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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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3)』에서 감독은 아버지의 딜레마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면 가정 경제는 풍족해지지만 자녀와 교류 시간은 줄어든다. 퇴근 후 아버지는 못 다한 일을 계속해야 되며 그러다 쪽잠을 자고 다시 회사로 가서 충성을 다해야 한다.

반면 아버지가 적당히 일한다면 돈은 적게 벌겠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함께 목욕하며 물총싸움도 하고 요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경제적 결핍으로 인해 아이가 성장하면서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감독은 ‘사회적 성공’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었다. 그게 아버지의 역할이며 그 일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세계에선 영화처럼 결정하고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집세, 양육비, 생활비, 봉양비 등 들어갈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만약 여유 있게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만큼 금전적 부족 현상은 꾸준히 누적되어 버린다. 그러다 어느 날 생계에 위협받을 정도로 돈이 모자라면 그 모든 책임은 아버지에게로 향한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일을 열심히 하면 가족 생각이 나고 일찍 집에 들어오면 다음 달 생활비가 걱정된다. 이러한 갈등 소용돌이 속에서 10년, 20년을 보내고 나면 자연스레 병을 얻게 되고 회사에서는 쫓겨난다. 가정에서도 특별한 역할 없이 빈둥거려야 하며 눈치만 보며 자식의 성장을 목도해야 된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딜레마를 떠안고 산다는 뜻이다. 총각 때는 경험할 수 없었던 ‘역할 갈등’이라는 숙제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지만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이 있다.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이가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평생 딜레마를 안고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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