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한 아이가 자퇴하고 꿈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도 그 아이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빠르게 앞서 나가는 것을 중요시한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몇 해 전부터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부를 평균보다 못하면 나머지 공부를 시키는 등 학교 내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곤 했다. 하지만 반대로 공부를 지나치게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칭찬이 쏟아졌다.

잘한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훈련된 완벽은 가장 큰 문제가 되어 내면 한구석에 숨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저 아이가 공부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라면 기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성적 스트레스와 미래에 관한 비관적인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난 밤늦게 가방을 메고 학원가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사진. 픽사베이

학교를 잘 다니며 좋은 성적을 받아오던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자퇴를 선언한다. 그러면 엄마는 머리에 흰 수건을 둘러매고 끙끙 앓기 시작한다. 한 번의 반항과 고민이 선로를 벗어난 기차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자퇴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자퇴를 생각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는 것이 야속할 정도로 학교 가기가 두렵고 싫었던 때가 있다. 모든 것이 무기력하고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시절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춘기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이 뜨거웠다. 당시 엄마와 나는 함께 해결방안을 찾았고 서로의 의견을 절충하며 맞춰나갔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자퇴는 또 다른 참사를 만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자퇴가 아니라 졸업으로 학창시절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종종 엄마와 단둘이 외식을 한다. 분위기 좋은 음식점이나 카페에 들어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날도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식사를 끝마칠 때 즈음 엄마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엄마는 내가 자퇴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 어떡해.’

엄마는 내가 자퇴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 이유나 심정, 상황보다 자퇴한 딸의 엄마라는 꼬리표가 더 무서웠다. 나의 자퇴는 엄마의 사회적 지위를 해칠 뿐만 아니라 화목한 가정에도 큰 그림자로 자리 잡을 게 분명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 고통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가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았지만 나 또한 은연중에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렇다면 엄마들은 왜 자녀들의 자퇴를 무서워할까.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아 떠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아직도 자퇴를 낙인처럼 여기고 있다.

오랜 시간 머릿속에 존재했던 생각이나 관점이 한순간에 바뀌기란 쉽지 않다. 다만 조금씩 변화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자퇴가 좋은 영향을 끼치고 성장할 수 있는 발돋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원하는 곳에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맞는 길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교와 선생님이 가리킨 길이 아이들이 원하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의 손을 잡고 맞는 길을 찾아 나서 주길 바란다. 아무리 누군가의 엄마, 아빠, 부모가 처음이라 서툴지라도 발맞춰 걸어 나가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자퇴를 응원한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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