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에 상어가 등장했다. 그렇다고 살아있는 ‘조스’는 아니다.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용액의 수조에 박제하듯 들여놓은 영국 출신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유명 호텔 중앙 바에 들어섰다.

2년여 개보수 공사 끝에 최근 문을 연 라스베가스 카지노호텔이 미술 전시장 같은 카지노 식당 바 등을 공개했다. 라스베가스 지역 언론을 비롯해 ‘아트 월드’ ‘빌보드’ 등의 매체들은 21세기 현대미술의 스타 데미언 허스트의 상어 작품이 설치된 팜스 호텔 앤 카지노의 내부를 소개하며 현대미술과 카지노의 만남을 주목하고 있다.

팜스 호텔 앤 카지노에 데미언 허스트의 대형 상어작품이 설치돼있다. ©라스베가스 리뷰 저널 홈페이지 캡처

‘미술관 혹은 갤러리 같은 카지노’를 내건 팜스 호텔 앤 카지노의 소유주는 라스베가스 출신 사업가인 프랭크 & 로렌조 페르티타 형제다. 각기 56, 49세인 이 형제는 이종 종합격투기 UFC의 오너였으며, 미술품 수집가로서 세계 200대 아트 컬렉터로 선정된 바 있다. 이들은 2년전 팜스 호텔 앤 카지노를 인수해 6억2000만 달러를 들여 새단장하면서 자신들이 소장한 현대미술품으로 카지노 공간을 꾸몄다.

카지노 호텔에 들어선 미술품 목록은 어느 현대미술 기획전 못지않다. 전시작의 주인공은 데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장-미쉘 바스키야, 앤디 워홀, 리차드 프린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 현대미술 기획전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유명작가이며 미술시장 스타들이다.

전시장으로서 중추 같은 공간은 건물 중앙에 위치한 바다. 아예 바의 이름조차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 명 그대로 ‘더 언노운’(The Unknown)으로 명명했다.

데미언 허스트는 21세기 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이끈 ‘영국 출신 젊은 작가군’을 뜻하는 YBA(Young British Artists)의 기수. 그는 상어 양 송아지 나비 등 동물의 사체와 각양각색 알약을 활용하거나 해골을 수백개의 다이아몬드로 감싸는 등, ‘죽음’이란 주제를 파격적 소재와 기법으로 실험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미술시장에서도 블루칩 작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카지노 호텔의 바 ‘더 언노운’에는 4m 길이의 뱀상어가 투명한 3개의 수조에 떠있는 ‘더 언노운’-The Unknow(Explored, Explained, Exploded) 작품 외에 알록달록한 색점들이 가득 한 신작 점 회화 16점도 바 이용자들이 의자에 앉으면 올려다 볼 위치에 설치돼 있다. ‘더 언노운’ 바의 집기 중 컵받침, 성냥개비, 칵테일 젓는 막대는 데미언 허스트가 직접 디자인까지 맡았다.

스테이크하우스 ‘스카치 80 프라임’의 경우 국내서도 카우스 피규어로 유명한 카우스(KAWS)의 2.5m 높이 조각 ‘컴패니온’(Companion)이 입구서 이용자들을 맞는다. 벽면에는 요절한 낙서화가 장-미쉘 바스키야의 작품이 걸려 있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건물 안팎에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설치돼있다. ©신세미

라운지와 칵테일 라운지를 장식하는 미술품은 작품 제목부터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라는 지역과 업종의 특성을 상징하는듯 하다. 제목으로 시선이 쏠리는 작품은 미국 팝아트의 대표주자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 Dollar Sign)과 사진을 활용해 작업한 리차드 프린스의 ‘너스 인 라스베가스 앤 라스베가스 너스’(Nurse in Las Vegas and Las Vegas Nurse)다.

이밖에 겹겹의 유리판 작업으로 인기높은 더스틴 옐린의 인물 형태 설치 작품 등 ‘카지노와 미술의 만남’을 시도한 공간에는 미술시장 블루칩 작품, 보다 대중적인 거리 예술품이 공존하고 있다.

여름 시즌을 맞아 라스베가스 카지노들이 앞다투어 여행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가운데 팜 호텔 앤 카지노가 차별화한 볼거리, 현대미술과의 동행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선도하고 있는 것. 라스베가스의 유명호텔 벨라지오는 입장료 받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호텔은 올 기획전으로 일본현대미술전을 이달 말 시작해 4개월여 진행한다.

새단장한 숙소와 시설, 레스토랑 및 초호화 출연진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카지노 마케팅과 또 다른 전략, 인지도 높은 팝아트 위주로 현대미술과의 만남이 과연 세인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까.

국내서도 미술관 갤러리 등의 전통적인 미술공간 외에 카페 백화점 은행 공공기관도 앞다투어 전시장을 갖추며 일상 속의 미술 체험이 가능해진 이즈음. 1년전 인천서 문을 연 파라다이스시티는 카지노 입구에 한국 작가 뮌의 작품을 비롯해 데미언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최정화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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