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 칼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요즘 주위에서 결혼을 참 많이 한다. 얼마 전 친척 결혼식에서 본 한 장면. 그날 결혼식의 사회는 대개의 다른 결혼식과는 달리 신부의 (여성)친구가 맡았다.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니었다. 결혼식 사회를 여성이 보든, 남성이 보든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도 그날 적잖은 사람들이 여성이 사회를 보는 것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장면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다.) 사실 특이하다고까지 표현할 일도 아닌데,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결혼식 사회는 신랑의 (남성)친구가 담당하는 걸로 인식되어 있다 보니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사회자는 명료한 발음과 유려한 말솜씨로 결혼식의 격을 한 단계 올려주었다. 아나운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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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밥을 먹으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여성을 본 적이 있었나? 유능하고 존경받는 여성이 넘치는 세상에서, 왜 필자는 결혼식에서 여성 리더가 전달하는 주례사를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 유독 필자만 희한하게 여성 주례가 주관하는 결혼식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일까? 그보다는 주례를 부탁하는 대상이 남성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거참, 이제는 하다 하다 결혼식 주례랑 사회자의 성비까지 문제 삼아?”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안다. 이것을 문제 삼기에는 우리 사회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다만 공직이나 기업의 고위직 외에도 이렇듯 일상의 작은 역할 하나하나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편견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 좀 더 다양한 모습의 결혼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또 불필요한 웅성거림이 더는 들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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